[PS핫이슈] 집 나간 안방마님은 집문서까지 들고 나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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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2일 07시 00분


용덕한. 스포츠동아DB
용덕한. 스포츠동아DB
▶‘포수 트레이드’ 어떻게 봐야 하나?

준PO 1·2차전 ‘용덕한의 난’ 이유있는 활약
백업포수, 친정팀 사인·수비시프트 꿰뚫어
투수 리드·타자 약점 등 주요파일 공유까지
일본은 같은 리그 포수 트레이드 금기 사항


바야흐로 ‘용덕한(롯데)의 난’이 가을잔치를 강타하고 있다. 6월 두산서 롯데로 트레이드 된 용덕한은 8일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서 결승득점, 9일 2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기록하며 순식간에 스타로 떠올랐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영리한 투수 리드를 하고 있다는 평이다. 용덕한의 활약을 지켜본 모 구단 프런트는 “역시 비슷한 실력의 팀간 포수 트레이드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상대팀의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빼오는 것과 비교되는 포수 트레이드. 어떻게 봐야 할까.

○‘이별한 안방마님’ 박경완에 당한 2003년 현대

2003년 한국시리즈(KS). 전문가들은 페넌트레이스 1위 현대의 절대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준PO와 PO에서 5연승을 거두며 KS에 진출한 SK는 현대를 3승4패로 물고 늘어졌다. 당시 현대 관계자들은 SK 포수 박경완의 존재를 두려워했다. 2002시즌까지 현대에서 뛴 박경완은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2003시즌부터 SK에 새 둥지를 틀었다. 넥센 김시진 전 감독(당시 현대 투수코치)이 “현대시절 마운드 전력의 70%”라고까지 극찬할 정도로, 박경완은 현대의 투타 전력을 모두 꿰고 있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현대는 2003년 KS를 앞두고 당시 운영팀 염경엽 과장(현 넥센 감독)을 필두로 전력분석팀을 꾸려 박경완의 수싸움에 대비했다. 사인과 수비시프트 등에 변화를 주는 것은 기본. 현대 타자들의 약점을 간파한 리드에도 대비했다. 이닝별로 박경완의 볼배합을 분석해 덕아웃에 전달하기까지 했다. 당시 현대 소속이던 관계자는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힘든 시리즈였다”고 회상했다.

○일본도 같은 리그 내 포수 트레이드는 금기

비록 박경완은 FA로 유니폼을 갈아입었지만, 2003년 KS와 2012년 준PO는 포수 트레이드가 언제든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포수 트레이드에는 신중하다. 두산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는 “포수는 그 팀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다. 한국은 단일리그라서 포수 트레이드를 하지만, 일본에선 같은 리그끼리는 포수 트레이드를 잘 하지 않는다. 이는 백업 포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백업 포수 역시 벤치에서 항상 준비하기 때문에 연구를 더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롯데, 용덕한 트레이드로 두산의 파일 다운로드

용덕한을 상대하는 두산 역시 대비했다고는 하지만, 투수가 기본적인 레퍼토리를 바꿀 수는 없다. 용덕한은 “동료들에게 니퍼트 등 두산 투수들을 상대하는 요령들을 말해준 적이 있다. (패턴 등에) 변화를 주더라도, 어차피 투수는 던지는 공을 던진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야구 관계자들의 말처럼 ‘포수의 리드는 큰 틀에서 보면, 투수가 제일 잘 던지는 공을 던지거나, 타자의 약점을 찌르거나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용덕한 효과’는 이뿐이 아니다. 그는 두산에서 느꼈던 롯데 타자들의 약점까지 털어놓으며 팀을 중무장시켰다. 결과적으로 용덕한의 트레이드는 롯데가 두산의 주요파일들을 고스란히 다운로드받은 셈이 됐다.

사직|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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