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보이’ 이대호(오릭스)가 퍼시픽리그 타점왕을 확정하며 일본 프로야구(NPB) 데뷔 첫해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이대호는 8일 후쿠오카 야후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한 이대호는 91타점을 기록하며 2위 나카무라 다케야(79타점·세이부)와의 격차를 12점으로 벌렸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타자로는 첫 타이틀 획득이다.
그동안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한국 타자들은 한 차례도 개인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했다. 일본 투수들의 유인구와 칼날 같은 제구력에 고전한 탓이다.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04년 일본 데뷔 첫해엔 타율 0.240, 홈런 14개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고 2005∼2007년 3년 연속 홈런 30개 이상을 기록했지만 타이틀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국내 프로야구 출신 타자로는 처음 일본 무대를 밟았던 이종범은 팔꿈치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대호의 일본 무대 출발은 불안했다. 4월엔 일본 투수들의 유인구 위주 승부에 고전하며 타율 0.233, 홈런 2개에 그쳤다. 하지만 적응기는 한 달이면 충분했다. 이대호는 5월에 8홈런 19타점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되찾았다. 월간 리그 최우수선수(MVP)도 그의 몫이었다. 올스타 팬 투표에서도 1루수 부문 리그 2위에 오르며 팬들에게 인정을 받았다. 7월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시즌 두 번째 월간 MVP에 선정됐다.
이대호는 최하위로 처진 팀 성적에도 불구하고 전날까지 홈런 2위(24개), 타율 10위(0.286), 출루율 5위(0.367), 장타력 2위(0.474)로 분전했다. 비록 홈런에서 나카무라(27개)에게 뒤져 2위에 그쳤지만 MVP급 활약을 펼치며 한국 프로야구 타격 7관왕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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