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멍덩 성격 탓 정명원 코치의 꾸지람 이젠 ‘누구든 이길 자신 있다’ 배짱 키워 불펜서 첫 풀타임…막바지 팀 4강 올인!
두산 홍상삼은 올 시즌 최강 셋업맨 중 한명이다. 43경기에 등판해 4승2패1세이브17홀드, 방어율 2.22를 기록 중이다. 52.2이닝 동안 55삼진을 잡았고, WHIP는 1.06이다. 그의 주무기는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력한 직구다. 188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직구와 포크볼로 타자를 압도한다. 피안타율 0.168은 오승환(삼성)보다 낮은 리그 1위다. 올 시즌 활약은 팀 내서도 예상 못했던 ‘깜짝 돌풍’이다. 자신의 말처럼 ‘땜방 선발’에서 ‘믿을맨’이 됐다. 홍상삼 특유의 배짱과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몸의 회복이 빨라요! 천생 불펜이죠!
-팔에 근육통이 생겼다면서 좀 어때?
“시즌 내내 괜찮았는데, (8월 24∼26일) 사직 롯데전 마치고 좀 안 좋았어요.”
-그동안 아픈 적 없었잖아?
“지금도 괜찮아요. (1∼2일) SK전 때도 던지려고 준비했는데, 감독님이 쉬라고 하셨어요.”
-불펜에서 이렇게 잘 던질 거라 생각했어?
“아뇨. 1군에 들어갈 확신도 못했어요. 시즌 초에 목표도 세울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생각해도 이렇게 잘 던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불펜이 너랑 잘 맞는 것 같다.
“제가 몸의 회복이 빨라요. 그래서 연투해도 큰 무리가 없고, 몸을 푸는 것도 공 몇 개 던지면 되고요. 이게 큰 장점 같아요. 짧은 이닝을 집중해서 전력투구 하는 것도 저랑 맞고요.”
-스퀴즈 이야기 좀 해보자. 8월 26일 롯데전에서 한 이닝에 스퀴즈를 두 차례나 허용했어.
“두 번 다 느낌이 있었어요. 초구에 두 번 모두 번트를 했는데, 제가 대처를 잘 못했죠.”
-어떤 점이 아쉬웠나?
“번트를 대면 무조건 내가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야수가 잡으면 늦으니까. 첫 번째 번트는 너무 서둘러서 실책을 했어요. 예상 못했던 게 아니었는데 동점을 내줬죠. 두 번째 번트 때는 3루주자가 너무 빨랐어요. (김)주찬이 형이잖아요.”
○무조건 한가운데 낮게 보고 던져요!
-올해는 컨트롤이 많이 좋아졌다.
“타깃을 변경했어요. 그냥 한가운데를 보고 던져요. 그게 스트라이크가 많이 나오는 이유죠.”
-모든 공을 한가운데 보고 던지나?
“네. 구종은 네 가지인데 직구와 포크볼이 대부분이죠. 가운데 낮게, 높게 보고 던지니까 높낮이의 변화가 생겨 좋은 점도 있고요.”
-지난해는 어땠나?
“대부분의 투수처럼 저도 포수의 미트를 보고 바깥쪽, 몸쪽에 멋진 공 던지려고 했죠. 올해는 그냥 한가운데 보고 던지자고 마음먹었죠.”
-한가운데는 위험하잖아?
“괜찮아요. 컨트롤이 별로여서 한가운데를 보고 던져도 한가운데는 별로 없어요. 좌우로 조금씩 공이 움직이니까 오히려 좋은 공이 되더라고요.”
○투구폼이 하루하루가 달랐다!
-지난해 부진했다. 1군에서 6경기밖에 못 뛰었어.
“투구폼을 잃어버렸어요. 스피드가 140km도 안나오고, 어떻게 던져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야구를 그만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했었죠.”
-어떻게 투구폼을 찾았나?
“쉽게 생각했어요. 이론적으로 복잡하게 가니까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다리 들고, 팔 뒤로 뻗고, 최대한 앞에서 때린다.’ 마음속으로 폼을 쉽고 간편하게 만들었어요.”
-그게 지금의 폼인가?
“그런 것 같아요. 충암고 다닐 때부터 저는 매일 폼이 달랐어요. 그래서 꾸준함이 모자랐고, 남들에게 믿음도 주지 못했죠. 이젠 저만의 리듬과 밸런스를 조금은 찾은 것 같아요.”
○책임감이 생기면서 눈에 불을 켜고 던지죠!
-팀 내 위치가 많이 올라갔다. 어떤가?
“책임감을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별 볼일 없던 내가 팀 승리를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는 게 가끔은 신기하기도 하고요.”
-정명원 코치에게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면서?
“네. 코치님이 화내시는 것은 제 정신력이죠. 제가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약간 그런 식이거든요. 코치님은 그걸 지적하셨어요. 실력보다 위에 있는 게 정신력이라고요. 저보고 눈에 불을 켜고 던지라고 하셨죠.”
-요즘은 눈에 불을 켜고 던지나?
“네. 불이 들어옵니다. 팀을 위해 던진다는 느낌이 커요. 1구, 1구가 좀더 신중해졌어요.”
-내년에는 불펜에서 더 잘할 것 같은가?
“올해는 정신없이 던졌어요. 불펜에서 풀타임도 처음이고 모든 게 새롭죠. 올해 경험을 했으니까 잘 준비하면 내년이 좀더 낫겠죠.”
○9월의 목표는 4강!
-시즌이 막바지다. 9월의 목표는?
“4강에 갈 수 있도록 잘 마무리하는 거죠. 몇 등이 될지 모르겠지만 4강은 무조건 가고 싶어요.”
-상대해본 타자 가운데 힘든 타자가 있었나?
“저는 타자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제 공을 던지는 데만 집중하죠. 제 공만 던지면 누가 타석에 있어도 이길 자신 있어요.”
-입단할 때 꿈은 무엇이었나?
“저는 특별한 꿈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해마다 올해처럼 막연하게 시작했어요.”
-지금은 어떤가?
“지금 꿈은 현 상태를 놓치지 않는 거죠. 지금처럼 계속 팀에서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는 거고, 지금 투구폼과 지금 생각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갖고 싶은 타이틀도 있을 텐데.
“이제 1년 반짝했는데요, 뭘. 제 스스로 저를 인정할 때 개인목표를 생각해보려고요. 불펜투수니까 열심히 해서 언젠가 100홀드는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홍상삼은?
▲생년월일=1990년 2월 13일 ▲키·몸무게=188cm·85kg(우투좌타) ▲출신교=영일초∼충암중∼충암고 ▲프로 입단=2008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전체 20순위) 두산 지명·입단 ▲2012년 연봉=5000만원 ▲2012년 성적(3일까지)=43경기·4승2패1세이브17홀드·방어율 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