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이동현, 수술 세번…재활 6년… 팔 부서져도 ‘내 공’ 던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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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2일 07시 00분


LG 이동현은 세 번의 수술, 6년의 고통스러운 재활을 이겨내고 빠른 강속구를 되찾았다. 그는 선수생활의 목표에 대해 “정말 죽기살기로 던져서 우승 한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 DB
LG 이동현은 세 번의 수술, 6년의 고통스러운 재활을 이겨내고 빠른 강속구를 되찾았다. 그는 선수생활의 목표에 대해 “정말 죽기살기로 던져서 우승 한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 DB
주치의도 장담 못했던 세번째 팔꿈치 수술
재활·아픔보다 더 힘들게한 부상 두려움

불같은 강속구 되찾고 ‘내 공 통한다’ 자신감
전반기 홀로 무리했던 유원상…너무 미안해
내년엔 봉중근·우규민과 막강불펜 도전


LG 이동현(29)이 마운드에서 감동을 던지고 있다. 그는 21일까지 올 시즌 43경기에 나가 2승6홀드, 방어율 3.17을 기록했다. 48이닝동안 47개의 삼진을 잡았고, 피안타율은 0.187이다. 8개구단 불펜투수 가운데 홍상삼(두산)과 오승환(삼성) 다음으로 피안타율이 낮다. 이동현은 세 번의 수술과 6년의 재활을 거쳐 지금의 위치에 다시 섰다. 힘들고 앞이 보이지 않았던 시간들을 꾹 참고 이겨냈다. 영영 찾지 못할 것 같았던 불같은 강속구도 다시 찾았다. 이동현에게서 LG의 희망을 본다. 그에게서 인간승리를 본다.

○8년 만에 자신감을 찾았다

-반갑다. 요즘 공 정말 좋더라.


“시즌 초반까지는 조심조심 던졌는데 이젠 자신감이 생겼어요.”

-믿는 구석이 생겼다는 이야기인데?

“직구로 삼진을 잡잖아요. 직구로 헛스윙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한 단계 올라선 것 같아요.”

-초반에는 안 좋았다. 자신감을 찾은 계기가 있었나?

“6월13일 SK전이요. 7-4로 앞선 상황에서 6회에 올라갔는데 선두타자 안치용을 볼넷으로 내보냈어요. 그리고 조인성, 박정권, 박진만 세 명을 모두 삼진으로 잡았죠. ‘아! 내공이 되는구나.’ 그때 자신감을 얻었어요. 요즘 같은 자신감은 8년 만에 처음이죠.”

-팔꿈치인대접합 수술 후 2009년 복귀했다. 올해가 4년째인데 되돌아보면 어떤가?

“항상 불안했어요. 미치도록 서고 싶었던 마운드인데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처음이라면?

“2009년이죠. 공을 던지면서 무섭다는 생각은 처음이었죠. 또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면 어떡하나? 한 번 더 다치면 영영 끝이다. 그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요.”

-2010년은 성적이 좋았잖아?

“1년을 던지고 나니까 여유가 좀 생겼어요. 제 팔을 확인해보고 싶더라고요. 좀 더 세게 던지고 성적도 잘 나오고…. 근데 성적은 나면서도 불안했어요. 내가 이렇게 세게 던져도 되나? 이렇게 많이 던져도 되나?”

-지난해 부진했던 것도 심리적인 요인이 컸겠구나?

“올해 초반까지요. 두려움은 없어졌는데, 무리하면 안돼, 조심해야 돼…. 제가 스스로에게 자꾸 그렇게 외치고 있었어요.”

○팔이 부서져도 다시 던져야겠다!

-4월과 5월에는 2군에 있었다.


“팀이 초반에 잘나갔잖아요. 함께 하지 못해서 힘들었어요. 정말 2002년 이후 10년 만에 4강에 갈 기회인데 나는 2군에 있고…. 그때 결심했죠. ‘팔이 부서져도 다시 던져야겠다. 내가 이렇게 몸 사려서 오래 하면 무엇 하나? 팔이 다시 부서져서 야구를 못해도 이건 아니다’라고요.”

-김성근 감독을 만났다면서?

“고양 원더스와 게임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문제점을 찾아주셨죠.”

-무엇이었나?

“왼쪽 무릎을 전혀 못 쓴다. 팔꿈치가 좀 더 높아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옛날 노트를 봤어요. 2001년에 감독님 말씀을 메모한 건데, 거기에 답이 있더라고요.”

○원상아! 미안하다. 내년에는 꼭 함께 하자!

-유원상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원상이가 전반기에 정말 잘했잖아요. 근데 팔꿈치가 아파서 2군에 갔어요. 팔꿈치가 아픈 게 어떤 의미인지 제가 누구보다 잘 알거든요. 초반에 제가 원상이를 좀 도와줬으면 안 아플 수도 있었을 텐데…. 그래서 제 탓 같기도 하고 많이 미안해요.”

-전반기 유원상과 후반기 이동현이 뭉친다면 막강한데?

“(봉)중근이 형이 마무리하고 원상이, (우)규민이, 한희, (이)상열이 형이 함께 하면 우리도 강해요. 혼자 하는 것보다는 서로 믿고 함께 하는 게 중요하죠.”

-LG 역사상 가장 불펜이 강했던 때는 2002년이었잖아?

“그때 정말 좋았죠. 저랑, (장)문석이 형이랑, (이)상훈이 형이랑 정말 신나게 던졌어요. 그런 신나는 경험을 꼭 한 번 더 해보고 싶네요.”

○재활보다 더 힘든 건 두려움이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만 세 번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두려움이죠. 재활이 힘들고 아프고 그런 건 참을 수 있었어요. 근데 마운드에 다시 못 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힘들었어요.”

-세 번째 수술 할 때는 앤드루 박사도 장담 못 한다고 했다면서?

“네. 같은 부위 수술을 세 번 하는 선수는 처음이라고 하셨죠. 팔꿈치 상태도 안 좋고 정말 어려운 수술이라고 하셨어요. 좋은 결과를 장담하기도 어렵다면서.”

-올해는 어떤가? 많이 던져서 걱정하는 팬들도 많다.

“많이 던지는 만큼 책임감이 커지고 몸 관리도 더 철저하게 해요. 저는 던질 수 있으면 매일 나가고 싶어요. 팀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요.”

○5년 안에 우승 한번 해야죠!

-시즌 초 목표는 무엇이었나?

“아프지 않고 시즌을 마치는 거였어요.”

-목표대로 잘 가고 있는 셈이네.

“근데 조금 후회가 돼요. 마음을 좀 더 강하게 먹고 시즌 초반부터 1군에서 못 던진 게 아쉬워요.”

-그래도 예전 직구를 되찾은 것은 큰 수확이 아닌가?

“너무 감사하죠. 다시 제가 직구로 삼진을 잡다니요.”

-꼭 이루고 싶은 꿈은 뭔가?

“딱 2가지예요. 첫 번째는 4강에 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우승하는 거죠. 다른 꿈도 없고 목표도 없어요.”

-남들은 개인타이틀도 꿈꾸고 40세까지 던지고 싶다고 한다.

“제 팔을 가지고 40세까지는 욕심이죠. 저는 앞으로 5년 생각해요. 정말 죽기살기로 던져서 우승 한번 하고 싶어요. 개인타이틀은 욕심 없어요. LG 유니폼 입은 지가 벌써 12년인데 LG에서 우승이라는 단체 타이틀 하나만 받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어요.”

이동현은?

▲생년월일=1983년 1월 12일
▲키·몸무게=192cm·98kg
▲출신교=영일초∼영남중∼경기고
▲프로경력=2001년 LG 1차지명·입단
▲2012년연봉=5000만원
▲2012년 성적(21일까지)=43경기 2승1패6홀드 방어율 3.17(48.1이닝 18실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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