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여기는 런던] ‘소리없는 영웅’ 박지성 ‘QPR 주연’ 찬란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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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8일 07시 00분


박지성. 스포츠동아DB
박지성. 스포츠동아DB
박지성, 팀 운명 짊어진 주인공…환경 변화

병역문제 해결한 지동원 2년차 대도약 채비
이청용, 볼턴 1부 견인·컨디션 회복 숙제로
카디프 김보경도 유럽무대 첫 단추 잘 채워야


2012∼201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18일 오후 11시(한국시간) 6경기를 시작으로 스타트를 뗀다. 챔피언십(2부 리그)도 같은 날 새벽 막이 올랐다. 무엇보다 한국 선수들에게 시선이 쏠린다. 새로운 판도가 예고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퀸즈파크레인저스(QPR)에 안착한 박지성(31)과 선덜랜드의 지동원(23)이 펼칠 1부 리그 경쟁, 이청용(24·볼턴)과 김보경(23·카디프시티)의 2부 리그 다툼은 큰 관심이다. 박주영(27)은 소속팀 아스널의 아센 웽거 감독이 이미 전력 외로 구분해 이적이 불가피한 상황. 독일 분데스리가 임대가 유력하다. 일단 개막부터 팀에 합류한 건 박지성과 이청용이 유이하다.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 지동원, 김보경은 각각 휴식과 워크퍼밋 발급 문제로 국내에 머물고 있다.

○ 도전

‘언성 히어로(소리 없는 영웅)’라는 수식처럼 박지성은 맨유 시절, 거의 음지에 머물렀고 궂은일을 도맡았다. 좌우 측면과 중앙, 섀도 공격수까지 소화하며 팀의 빈 틈을 메웠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이젠 주축이다. 이름값부터 맨유와 QPR은 차원이 다르다. 박지성이 최고다. 경험이 적고, 분위기에 쉽게 흔들리는 팀을 리드해야 한다. QPR은 지난 시즌 17위로 강등권을 간신히 벗어난 최약체 중 하나다.

런던 홈구장 로프터스 로드에서 스완지시티와 개막전을 통해 9개월여 간의 대장정에 오를 박지성의 새 시즌 키워드는 ‘도전’이다. 전혀 새로운 팀,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더불어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한 걱정도 함께 해야 한다. 챔피언십 강등에 대한 고민이다. 전관왕을 항상 꿈꾸는 맨유와 달리 QPR은 당장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현지 언론들도 박지성을 팀 내 핵심으로 꼽았으나 QPR의 예상 성적은 강등권에 맞췄다. 하지만 박지성의 각오는 호기롭다.

“QPR의 비전에 매력을 느꼈다. 나도, 팀도 도전하는 입장이다. 빅 클럽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QPR을 예전과 다른 팀으로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

런던 생활도 익숙해졌다. 이사도 마무리했고, 지금은 임시로 구한 집에서 3주 정도 지내고 있다. 이젠 필드에서 실력을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구단의 기대도 남다르다. QPR의 마크 휴즈 감독은 17일(한국시간) 해링턴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팍(Park)은 이미 좋은 영향을 끼쳤다. 우린 긍정의 이득을 얻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캡틴 후보 중 하나”라고 했다. 기분 좋은 추억이 가득한 등번호(7번)를 부여 받은 박지성의 성공시대 제2막이 열렸다.

선덜랜드 지동원과 카디프 시티 김보경, 볼턴 이청용(왼쪽부터) 등 코리안 3인방도 올 시즌 영국에서 활약한다. 프리미어리그 
지동원은 좀 더 많은 출전시간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김보경과 이청용은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뛰며 도약을 노린다. 
스포츠동아DB
선덜랜드 지동원과 카디프 시티 김보경, 볼턴 이청용(왼쪽부터) 등 코리안 3인방도 올 시즌 영국에서 활약한다. 프리미어리그 지동원은 좀 더 많은 출전시간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김보경과 이청용은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뛰며 도약을 노린다. 스포츠동아DB

○ 도약

나머지 코리안 3인방은 ‘도약’을 노린다.

지동원은 지난 시즌 명암을 동시에 드리웠다. 19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하지만 그 중 17경기가 교체 투입이었다. 유럽에서의 첫 시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나쁜 성과는 아니지만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성적. 그래도 강호 킬러로서 위용을 드러낸 건 고무적이었다. 맨체스터시티와 첼시를 상대로 골 맛을 보며 강한 인상을 줬다.

선덜랜드 마틴 오닐 감독은 “자질이 충분하다. 더 경험을 쌓으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병역 문제도 해결해 편안한 마음으로 한 단계 도약을 꿈꿀만 하다.

이청용과 김보경 역시 ‘도약’이 핵심 포인트다. 팀도, 본인도 그 마지노선에 있다.

정강이 골절로 거의 한 시즌을 쉰 이청용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한편 볼턴을 다시 1부 리그로 끌어올려야하는 숙제를 안았다. 볼턴이 이청용의 잔류를 고집하는 한편 6개월 후 이적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그래서다. 겨울이적시장 무렵이면 승격 팀들의 윤곽도 거의 드러난다. 연봉도 프리미어리그 시절과 동일하게 모두 보존 받아 당장 손해보는 건 없다. 몸도 컨디션도 좋다.

김보경도 단계별 성장을 희망하는 케이스. 빅 리그, 빅 클럽의 러브 콜도 받았지만 본인의 판단으로 챔피언십에서 도전을 시작한다. 무작정 큰 팀으로 가서 어려움을 겪느니, 차라리 일정 부분 출전을 보장받으며 실력을 쌓아야한다는 현실적 계산이 크게 작용했다.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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