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런던서도 등에 칼을 꽂고 다녔다” 왜?… 홍명보 ‘큰형님 리더십’ 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2일 17시 12분


선수와 상명하복 아닌 동반자 강조… 히딩크 실리형과 대조

런던 축구 대표팀 귀국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한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이 12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기자회견을 한 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아일보DB
런던 축구 대표팀 귀국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한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이 12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기자회견을 한 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아일보DB

홍명보 감독이 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을 지휘하면서 이른바 '홍명보 리더십'이 주목 받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네덜란드식 '실리형 리더십'을 보였다면 홍 감독은 세계적 명장들을 통해 배운 노하우에 끈끈한 정에 기반을 둔 '한국형 리더십' 과시했다는 평가다. 홍 감독은 국내 지도자도 세계의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공부하는 지도자'의 전형

그동안 '선수는 되는데 왜 지도자는 아직'이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지도자가 나오질 않았다. 이런 가운데 2002년 '축구도 과학이다'는 것을 보여준 히딩크 감독이 한국 사회에 던져둔 화두는 컸다.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었던 지도자들에게 '더 공부해야 한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반성의 기회를 줬다. 그 최선봉에 홍 감독이 자리하고 있다.

2002년 주장으로 히딩크 감독 밑에서 4강을 함께 했던 홍 감독은 몸으로 느끼며 세계축구를 배웠다. 짧은 시간에 성적을 내기 위해 '파워 프로그램'을 실시했던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과학축구의 기본을 습득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땐 코치로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하며 장시간의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상대와 아군을 철저하게 분석해 처방하는 분석축구를 배웠다. 모든 '연(緣)'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팀을 구성하는 법도 자연스럽게 익혔다. 홍 감독은 고려대 박사 과정을 밟았고 스포츠심리학자 등을 초청해 강의를 받는 등 지속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채널A 영상] 얌전한 일본축구 혼 쏙 빼 놓은 ‘질식-압박’ 작전은?

●'카리스마 리더십' 뛰어 넘을 '큰 형님 리더십'

홍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은 한국형을 가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축구 하면 강력한 카리스마의 '히딩크 리더십'만이 주목을 받았는데 홍 감독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며 '코리안 스타일'로 히딩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홍 감독은 선수와의 관계가 상명하복이 아닌 신뢰를 중요시한다. 감독과 선수가 같은 동료이며 서로 도와주는 동반자 관계를 강조한다. 하지만 모든 책임은 큰 형님 격인 감독이 진다. 홍 감독은 한 때 "난 너희들을 위해 등에 칼을 꽂고 다닌다"고 해 관심을 끌었다. 선수들이 다치거나 잘못되면 자신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는 의미. 대신 선수들은 열심히 뛰기만 하면 된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살신성인'에 가깝게 헌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친 형님을 무조건 믿는 끈끈한 신뢰가 선수들을 더 뛰게 만들었다.

사실 홍 감독이 히딩크 감독을 넘으려면 아직 멀었다. 홍 감독을 네덜란드와 한국, 호주, 러시아 등지에서 꾸준하게 성적을 낸 세계적 명장 히딩크 감독에 비유한다는 것도 어찌 보면 지나친 '침소봉대'다. 하지만 홍 감독은 분명 기존 지도자와는 다른 지도력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첫 동메달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