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런던 리포트] 유도 황희태 “8년전엔 몰랐어요, 동메달이 이렇게 소중한 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8월 4일 07시 00분


8년 전에는 몰랐다. 동메달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었는지.

한국 남자유도 대표팀 맏형 황희태(수원시청)가 3일(한국시간) 런던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유도 100kg 동메달결정전에서 헨크 그롤(네덜란드)에 패해 5위에 머물렀다.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인 그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경기장을 나오는데 이런 팽팽한 긴장감, 환호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8년 전 아테네올림픽 기억도 떠올랐다. 90kg에 출전한 그는 금메달 후보 1순위였다. 인기도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용인대 교수) 못지않았다. 남자다운 외모에 팬클럽까지 결성됐다. 팬클럽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황희태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 그러나 준결승에서 일본 이즈미에게 패했다. 이어진 3,4위전. 황희태는 목표 의식을 잃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어요. 준결승 상대는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는데…. 금메달 아니면 싫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황희태는 2006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지만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2008베이징올림픽은 밟지 못했다. 2009년, 서른둘의 나이에 체급을 올렸다. 선수생명을 건 모험이었지만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런던올림픽은 그의 마지막 국제대회였다. 8년 전 싫다며 팽개치듯 했던 동메달을 따기 위해 핏빛 투혼을 불살랐다. 16강전 때 다친 이마에서 피가 흘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경기 후 수화기 너머로 아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작은 헐크’ ‘유도계의 개그맨’이라 불리는 황희태도 끝내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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