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최병철 “내가 꼬마와 붙어도 1초에 네 번 공격 못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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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람 오심에 분노 폭발
‘원 포인트의 사나이’ 명성, 마지막 올림픽서 값진 메달 “분위기 반전 계기됐으면”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앞서 두 번의 출전에서는 노 메달이었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는 14위를 했다. 4년 전 베이징 대회 때는 9위였다. 한 번만 더 해보자고 독하게 마음먹고 런던으로 향했다. ‘2전 3기’ 끝에 그토록 원하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펜싱 대표팀의 최고참 최병철(31·화성시청). 그는 1일 열린 런던 올림픽 펜싱 플뢰레 개인 3, 4위전에서 안드레아 발디니(이탈리아)를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2001년 태극마크를 단 뒤 10년 넘는 도전 끝에 꿈을 이뤘다. 그런데 차분했다. 메달 소감보다도 펜싱 대표팀 걱정을 더 많이 했다.

“메달을 딸 줄 알았던 (남)현희도 그렇고 오심 피해를 본 (신)아람이도 그렇고 기대가 많았는데 메달이 안 나왔잖아요.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는데 제가 첫 메달을 땄으니까 이제부터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을 겁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오심이 나온 여자 개인 에페 신아람의 경기를 선수촌 숙소에서 혼자 TV로 봤다. “제가 꼬마와 붙어도 그런 식으로 1초에 네 번은 못 찔러요.” 보고 있는데 눈물이 다 날 것 같았다고 한다.

최병철은 ‘원 포인트의 사나이’로 불린다. 마지막 한 점이 걸린 14-14 상황에서 유난히 강했다. 이날 3, 4위전도 그랬다. 14-14에서 먼저 점수를 뽑아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2년 전 광저우 아시아경기 결승에서도 청쉬린(홍콩)을 15-14로 꺾었다. “제가 원래 공격적인 스타일이에요. 반반의 확률이라 한 점 상황에서는 위험 부담이 있지만 상황에 제일 맞는 기술을 택해 먼저 승부를 겁니다.”

4강전에서 최병철은 알라엘딘 아부엘카셈(이집트)에게 세 차례 벌점을 받으며 12-15로 패했다. 억울할 만한데도 “아쉽기는 하지만 벌점 상황이 맞다”고 깨끗하게 인정하면서 웃었다. 강자들을 차례로 꺾고 준결승까지 오른 터라 결승 진출 좌절이 못내 아쉽다. 세계 5위인 최병철은 32강, 16강, 8강에서 중국과 프랑스의 고수들을 차례로 꺾었다. 8강에서 만났던 마젠페이(중국)는 세계 3위이고, 16강 상대였던 에르완 르 페슈(프랑스·12위)는 그동안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했던 난적이다. 이정현 남자 국가대표 플뢰레 코치는 “세계 1위 안드레아 카사라(이탈리아)가 8강에서 떨어졌다. 그래서 병철이가 준결승만 통과하면 금메달도 노려볼 수 있겠다고 욕심을 좀 내지 않았나 싶다.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라고 말했다.

최병철은 올 들어 태릉선수촌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집에 세 번 갔다. 일주일 내내 새벽부터 밤까지 훈련만 하느라 가족들 얼굴도 제대로 못 봤다. 준결승에 오른 뒤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릴까 하다 목소리 듣고 나면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서 꾹 참았다. 꿈을 이뤘는데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봤다. “이제 좀 쉬어야죠. 그리고 결혼도 해야죠. 집에서 지금 계속 결혼하라고….” 그런데 여자친구는 아직 없단다.

런던=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런던 올림픽#펜싱#최병철#신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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