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 4명 실격…배드민턴 쇼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8월 2일 07시 00분


중국선수들 꼼수에 불똥…최악 참사

中 세계 1위조, 자국선수 피하려 고의로 져
상대팀 한국선수들 소극적 플레이 덫에 걸려
“올림픽 정신 훼손” 관련선수 8명 모두 실격


수영 박태환의 실격 판정과 번복, 유도 조준호의 승패 번복, 펜싱 신아람의 멈춰버린 시계까지 잇단 오심 악재에 시달려온 한국 선수단이 이번에는 올림픽 실격이라는 초유의 파장에 휩싸였다.

오직 금메달만을 위해 순수한 스포츠정신을 모욕하고 지구인의 축제 올림픽에 오물을 끼얹은 중국배드민턴의 꼼수에 한국배드민턴까지 휘말리며 여자복식 세계랭킹 3위 김민정(26·전북은행)-하정은(25·대교눈높이)과 8위 김하나(23·삼성전기)-정경은(22·KGC)이 모두 실격됐다. 두 조는 모두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지만 8강 이후 자국 선수끼리의 대결을 피하기 위해 고의패배를 감행한 중국의 세계랭킹 1위 위양-왕샤올리의 꼼수에 휩쓸려 4년간의 땀과 노력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31일(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아레나. 위양-왕샤올리를 향해 야유가 쏟아졌다. 위양-왕샤올리는 2012런던올림픽 여자복식 조별리그 A조 마지막 경기에서 만난 세계랭킹 8위 김하나-정경은에게 0-2(14-21 11-21)로 패했다. 무성의한 경기였다. 세계랭킹 1위가 가볍게 날아오는 셔틀콕을 받지 못했고, 서비스도 잘 넣지 못했다. 결국 위양-왕샤올리는 의도한대로 패했고, 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성한국 한국 감독은 중국의 고의패배에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중국은 조별리그 시작 전 위양-왕샤올리가 A조에서 1위, 세계랭킹 2위인 자오윈레이-톈칭이 D조에서 1위에 올라 각각 8강, 4강을 돌파한 뒤 결승에서 자기들끼리 만난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꿈꿨다. 그러나 자오윈레이-톈칭이 예상과 달리 조 2위로 8강에 오르면서 계획이 꼬였다. 위양-왕샤올리가 A조 1위가 되면 결국 준결승에서 자오윈레이-톈칭을 만날 수밖에 없었고, 중국은 오직 금메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스포츠·올림픽정신의 훼손을 택했다.

김중수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국가대표 감독·대한배드민턴협회 이사)은 1일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중국은 수십여 차례 이 같은 ‘작전’을 벌였다. 다른 나라의 시선은 무시하고, 준결승에서 중국선수끼리 만나면 체력안배를 위해 한쪽이 기권해버리는 일도 자주 있었다”고 설명했다.

불똥은 엉뚱하게도 세계랭킹 3위 김민정-하정은에게로 튀었다. 중국의 져주기 경기가 끝난 뒤 김민정-하정은은 인도네시아 폴리-자우하리(세계랭킹 12위)와 C조 1위 결정전을 치렀다. 이기는 팀이 8강에서 세계랭킹 1위와 만나야 하는, 이상하고 야속한 상황 속에서 김민정-하정은은 2-1(18-21 21-14 21-12)로 승리했다. 양 팀은 모두 소극적인 경기를 하다 경고를 받았다.

결국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1일 청문회를 연 뒤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4팀 8명의 선수를 모두 실격하기로 했다. 위양-왕샤올리는 고의패배, 김하나-정경은과 김민정-하정은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격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승부조작 근절에 강력한 의지를 보여온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직접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BWF가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IOC가 개입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도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세계연맹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중국의 고의패배에 휘말려 메달권에 있던 복식팀이 모두 실격돼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런던|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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