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영웅 박지성, ‘큰 집’ 나와 ‘클 집’ 문 앞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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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위팀 퀸스파크 레인저스 88억원에 박지성 영입 합의” 英 BBC 인터넷판 보도
“4만석 규모 새 경기장 짓고 스타 선수 영입해 전력 강화” QPR 구단주 의지 드러내

‘소리 없는 영웅(Unsung Hero)’ 박지성(31)이 팬들을 열광시키는 ‘에이스’로 거듭날 기회를 잡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박지성의 역할은 수비에 치중하면서 동료들에게 좋은 패스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웨인 루니를 비롯한 득점력 좋은 동료가 많기에 가능한 역할이었다. 그러나 퀸스파크 레인저스(Queens Park Rangers·QPR)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박지성에게는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새로운 역할이 부여될 것으로 예상된다. QPR의 팬들은 박지성의 이적설이 돌기 시작했을 때부터 “맨유에서 벤치에 앉아 있기에는 아까운 선수다”라며 박지성이 QPR에 합류해 핵심 선수가 되어주길 바랐다.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은 7일(한국 시간) “QPR가 맨유의 미드필더 박지성과 계약에 합의했다. 이적료는 500만 파운드(약 88억 원)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QPR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불안정한 팀 중 하나로 꼽힌다. ‘악동’으로 불리는 미드필더 조이 바턴은 거친 태클로 퇴장을 당하는 경우가 많고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지브릴 시세는 득점력이 들쭉날쭉하다. 맨유에서 2005년부터 활약하며 4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경험한 박지성은 QPR에 안정감을 불어넣을 노련한 공격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확실한 공격수가 없는 QPR의 상황을 고려할 때 측면 공격수로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 박지성은 맨유에서보다 적극적으로 골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박지성의 이적이 성사된다면 QPR와 박지성 양쪽 모두에게 성공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QPR는 선수들의 기복이 매우 심한 팀이기 때문에 박지성처럼 꾸준한 활약을 보여줄 노련한 선수가 필요하다. 박지성 역시 로테이션 시스템에 따라 출전 기회가 적었던 맨유에서와 달리 QPR에서는 어느 포지션에서나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은 최초의 아시아 선수인 박지성은 QPR가 아시아 마케팅을 펼칠 때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런던을 연고지로 하는 QPR의 역사는 1882년 영국 런던의 드룹 스트리트 공립학교 출신 선수들이 만든 세인트 주드 클럽에서 시작됐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당시 QPR는 5위를 기록하며 비교적 승승장구했으나 재정난 등 악재가 겹치며 팀 순위가 하락해 1995∼1996시즌 챔피언십리그(2부 리그)로 강등됐다. QPR는 2010∼2011시즌 2부 리그 우승을 차지해 2011∼2012시즌 15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그러나 QPR는 지난 시즌 내내 프리미어리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17위를 기록해 가까스로 강등을 면했다. 지난해 8월 QPR 지분의 66%를 확보해 구단주 자리에 오른 말레이시아 출신의 토니 페르난데스는 저비용 항공사인 에어 아시아의 창업주다. QPR 인수에 3500만 파운드(약 620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다음 시즌에는 스타 선수들을 영입해 팀의 전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현재 1만8439석 규모인 홈구장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을 대체할 4만 석 규모의 새로운 경기장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박지성#이적#맨유#퀸스파크 레인저스#Q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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