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 시구’ 이태성, 청소년 대표 출신?… ‘말도 안 되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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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8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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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시구. 사진=해당 경기 캡처
이태성 시구. 사진=해당 경기 캡처
[동아닷컴]

‘청소년 대표 출신’, ‘프로 입단이 유력한 전도유망했던 선수’, ‘고교 시절 SK 김광현과 한솥밥’ .

야구 선수 출신으로 알려진 배우 이태성(본명 이성덕)에게 최근 따라붙는 수식어다.

이태성은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팀간 11차전 경기에 시구자로 나섰다.

이날 시구에서 이태성은 기존의 시구자와는 달리 프로 선수에 못지않은 폼으로 시속 119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경기 중계를 맡은 MBC SPORTS+의 양상문 해설위원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시타에 나선 KIA의 이용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광속 시구’ 이후 이태성은 자신의 트위터에 ‘컨트롤과 스피드 중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깨 풀 시간만 조금 더 있었다면’란 글을 게재하며 아쉬워했다.

이어 ‘중학교 1학년 때 글러브가 없어서 감독님이 검은색 글러브를 하나 주셨는데 금색 글씨로 양상문이라고… 그분이 땀으로 쓰셨던 글러브로 꿈을 키우던 투수가 오늘 배우로 나타나 그분 앞에서 공을 던졌다. 여러 가지 의미로 행복한 날이다’고 덧붙이며 자신과 야구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태성 시구가 화제에 오른 뒤 ‘청소년 대표 출신’, ‘프로 입단이 유력한 전도유망했던 선수’, ‘고교시절 SK 김광현과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 등의 뉴스가 쏟아졌다.

이 같은 보도만을 접한다면 프로 입단이 유력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으나 심각한 부상 때문에 야구를 접고 절치부심해 배우로 성공했다는 점에서 동정의 소지 역시 많다.

하지만 이태성을 수식해주는 위와 같은 세 가지 내용은 확인 결과 모두 사실이 아닌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 이태성. 스포츠동아DB
배우 이태성. 스포츠동아DB

우선 이태성은 청소년 대표 출신이 아니다. 확인 결과 대한야구협회는 “안산공업고등학교 출신으로 청소년 대표를 지낸 선수는 SK의 김광현이 유일하다”며 이태성의 청소년 대표 경력을 한마디로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몇 해 전 인터뷰에서 이태성은 자신을 청소년 대표 출신이라 소개한 바 있으나, 얼마 후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하며 그 발언을 취소하기도 했다.

둘째로 프로 입단이 유력한 전도유망했던 선수란 것도 사실이 아니다. 이태성은 2001년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서울고등학교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한 뒤 안산공고로 전학 후 2, 3학년을 보냈다.

만약 이태성이 매우 뛰어난 선수였다면 전국대회 출전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할 터. 메이저 대회는 아니더라도 지방 대회정도는 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야구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태성은 고등학교 3년 동안 딱 한 타석에 들어선 것이 전부다. 지난 2002년 봉황대기에서 타석에 들어 삼진을 당한 게 유일한 기록이다. 그 외에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이태성이 말한 자신의 포지션이 투수라는 것도 조금은 불명확하다. 고등학교 시절 전국대회에서의 투구 기록을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규대회에 출전해 마운드에 오른 기록이 전혀 없다.

또한 김광현과의 인연 역시 의문이 든다. 이태성은 지난 2001년 고등학교에 입학해 2003년에 3학년 시절을 보냈다. 이에 비해 SK의 김광현은 2004년 안산공고에 입학해 2006년에 3학년 시절을 보냈다. 이태성과 김광현이 안산공고에서 같은 시기에 선수 생활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김광현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안산공고에 합류했다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태성은 3학년 때 선수생활을 그만둔 터라 그렇다고 해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태성은 과거 케이블 TV에 출연해 김광현이 자신의 글러브를 닦던 후배라며 친분을 과시한 바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 1982년 출범 후 유례가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700만 관중을 넘어서 800만 관중을 기록할 기세다. 가히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라 불릴 만 하다.

때문인지 예전과는 달리 거의 매 경기 시구가 이어지고 있고, 각계각층의 명사는 야구와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지 구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지 구축에 앞서 그릇된 정보로 야구팬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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