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나성범 “아! 머나먼 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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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6일 07시 00분


나성범. 스포츠동아DB
나성범. 스포츠동아DB
투수에서 타자 전향후 ‘퓨처스 폭격기’로 뜬 NC 나성범의 고충

타자따라 수비…집중력 유지 힘들어
볼넷 많아질 땐 답답하고 짜증도 나
달리면서 정확한 송구, 이것도 과제
이제 시작, 2013년까지 다 깰겁니다


NC 외야수 나성범(23·사진)은 퓨처스(2군)리그 최고의 타자다. 25일까지 2군 남부리그에서 타율(0.363), 최다안타(37개), 홈런(7개), 타점(27개), 득점(24개), 출루율(0.469), 장타율(0.676)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7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의 본래 포지션은 투수다. 연세대 재학시절 4년 내내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것도 지옥까지라도 쫓아가서 데려와야 한다는 왼손 파이어볼러였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직구 스피드가 152km까지 나왔다고 한다.

타자 전향은 프로에 와서 NC 김경문 감독의 권유로 이뤄진 것이다. 김 감독은 “대학 때부터 꾸준히 봐왔는데 1학년 때 볼이 가장 좋더라. 오히려 3∼4학년 때는 위력이 줄었다. 반면에 타격은 꾸준히 좋아졌다. 타격감각이나 센스를 봤을 때 투수보다는 타자로 나설 때 더 큰 선수가 될 것 같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타자 전향과 함께 나성범이 가장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수비에서의 집중력 유지다. 투수와 외야수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투수는 매 순간 타자와 수싸움을 벌이지만 외야수는 타자의 타격이 이뤄져야만 움직인다. “투수는 매 순간이 승부거든요. 마운드에 서서 타자들에게 어떤 코스에 어떤 공을 던질지 고민하다가 외야에 서 있으려니 집중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야수 전향의 고충이 담긴 나성범의 말이었다.

외야수로 뛰면서 나성범은 자신의 투수 시절을 떠올렸다고 한다. “볼넷이 많아지면 정말 답답하고 짜증까지 나고는 해요. 제가 투수할 때 야수들의 심정은 어땠을지 반성부터 하게 됐어요. 왜 투수에게 공격적인 투구를 강조하는지 알 수 있었죠. 볼넷은 안돼요. 맞더라도 정면승부를 하는 것이 나아요. 그래야 야수들이 움직이면서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수비 움직임도 투수와는 완전히 다르다. 투수는 마운드에 서서 공을 던진 다음 수비에 대비하지만 외야수는 움직이면서 공을 잡아 송구를 해야 한다. 투수 출신이니 송구를 잘할 것이라는 평가는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이 나성범의 말이었다. 그는 “투수는 주로 서서 공을 던지지 않나. 외야수는 움직이면서 공을 캐치한 다음 정확하게 송구해야 한다.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투수 출신이니깐 송구를 잘할 것이라는 것은 그냥 막연한 생각에서 비롯된 말일 뿐이다. 아직까지는 어깨가 강한 이점을 100%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급해하지 않았다. 나성범은 이제 외야수로 첫발을 내딛었으며 2013년 1군 진입이전 퓨처스리그에서 실력을 갈고 닦을 기회를 얻었다. 그는 “실수를 하나 했다고 실망하지는 않는다. 경험이 부족하니까. 시간과 해결해줄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김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타격이나 수비나 모두 기대이상이다. 센스가 워낙 좋다. 잘 성장해나가고 있다. 경험이 쌓인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2군에서 잘하고 있지만 1군에서 잘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제2의 추신수, 제2의 김현수가 아닌 제1의 나성범이 되길 바란다”며 나성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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