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 90년, 옷은 변해도 열정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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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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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치마에 머리띠 → 원피스에 흰 운동화 → 핫팬츠에 민소매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의 90년 역사를 통해 본 여자 선수들의 유니폼 변화가 이채롭다. ①제1회 대회가 열렸던 1923년에는 별도의 정구 유니폼이라고 할 것도 없이 치마저고리 차림이다. ②10년 뒤인 1933년 참가자들은 머리띠와 목에 두른 스카프가 눈길을 끈다. ③1970년대에는 원피스 유니폼이 대세를 이뤘는데 민소매에 치마 길이가 무릎 위로 한참 올라가 있다. ④흰색 일변도이던 유니폼은 1980년대 후반부터 빨강 파랑 녹색 등으로 색상이 다양해졌고 2000년대에는 민소매나 등이 훤히 드러나는 과감한 패션도 많아졌다. 문경=이훈구 기자 ufo@donga.com·동아일보DB
동아일보기 전국정구대회의 90년 역사를 통해 본 여자 선수들의 유니폼 변화가 이채롭다. ①제1회 대회가 열렸던 1923년에는 별도의 정구 유니폼이라고 할 것도 없이 치마저고리 차림이다. ②10년 뒤인 1933년 참가자들은 머리띠와 목에 두른 스카프가 눈길을 끈다. ③1970년대에는 원피스 유니폼이 대세를 이뤘는데 민소매에 치마 길이가 무릎 위로 한참 올라가 있다. ④흰색 일변도이던 유니폼은 1980년대 후반부터 빨강 파랑 녹색 등으로 색상이 다양해졌고 2000년대에는 민소매나 등이 훤히 드러나는 과감한 패션도 많아졌다. 문경=이훈구 기자 ufo@donga.com·동아일보DB
‘배화학당 선수의 붉은 머리동이와 정신여학교의 물빛 리본은 장내에 이채를 발하더라.’

1923년 7월 1일자 동아일보는 국내 최초의 단일종목 대회로 열린 제1회 전국여자정구대회의 풍경을 담고 있다. 당시 대회장에는 학부모와 임원 외의 남자는 출입을 금지했다. 남녀유별의 유교사상이 여전히 강조되는 시절에 여자들만의 대회가 어떤 파장을 부를지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머리띠를 하고 무명치마에 흰 양말을 신은 선수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2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남성 팬들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코트 주변에 차양을 쳤다는 기록도 나온다.

올해로 90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오랜 세월 동안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며 코트 패션에도 변화를 거듭했다. 선수들의 의상은 초창기부터 흰색 일변도였다. 정구의 뿌리인 테니스가 중세 유럽의 왕실 성직자 귀족 사이에서 시작된 까닭에 전통을 중시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발목까지 내려오던 긴 치마는 1960년대 들어 짧아져 무릎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원피스에 반바지, 긴 바지 등 다양성이 강조됐지만 색상은 여전히 흰색 일변도였다. 문경시청 주인식 감독은 “흰색이 아니면 코트 출입도 안 될 때였다. 운동화도 흰색만 착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 서울 아시아경기와 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웨어의 패션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정구코트도 한층 밝아졌다. 1990년대 빨강 녹색 등 원색의 운동복이 일반화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선수들의 개성과 스포츠용품업체의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강렬한 색상과 디자인의 운동복과 민소매나 등이 훤히 드러나는 원피스가 인기를 끌었다.

문경=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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