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의 무명, 첫 완투가 퍼펙트… 30세 험버 ML 21번째 대기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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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방출… 작년 화이트삭스에
연봉 53만달러… 리그 최저 수준

2년 전까지 그는 별 볼일 없는 선수였다. 2004년 뉴욕 메츠에 1순위로 입단한 유망주였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내내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결국 메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2008년 미네소타로 트레이드됐다. 미네소타에서도 2년간 마이너리그를 오르내리며 1승도 거두지 못했다. 2010년 캔자스시티로 옮긴 뒤에야 메이저리그 첫 승을 따냈지만 시즌이 끝난 뒤 방출됐다. 그해 12월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방출됐다.

그러나 지난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돈 쿠퍼 투수코치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쿠퍼 코치로부터 슬라이더를 전수받은 뒤 팀의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생애 처음으로 풀 시즌을 뛰며 9승 9패 평균자책 3.75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명이었던 오른손 투수 필립 험버(30)가 메이저리그 사상 21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사이 영(보스턴·은퇴), 샌디 쿠팩스(LA 다저스·은퇴), 랜디 존슨(애리조나·은퇴), 로이 할러데이(필라델피아) 등 전설적인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22일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시애틀과의 방문경기. 이전까지 완봉은커녕 완투도 한 번 해보지 못했던 험버는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와 오른쪽 타자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시애틀 타선을 압도해 나갔다.

퍼펙트게임에 아웃카운트 3개만을 남겨둔 마지막 9회말 수비. 험버는 선두 타자 마이클 손더스에게 볼 3개를 내리 던지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침착하게 2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6구째 138km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그는 2사 후 브렌던 라이언을 상대하면서 다시 한 번 풀카운트에 몰렸다. 그러나 험버는 역시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선택했다. 7구째 138km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그 순간 화이트삭스 선수들은 모두 험버에게 달려들어 축하인사를 건넸다. 9이닝 무안타 무4사구 9삼진의 퍼펙트 투구였다. 투구 수는 96개였고 경기는 2시간 17분 만에 끝났다. 화이트삭스의 4-0 승리.

험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기쁘다.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싶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그의 연봉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약간 웃도는 53만 달러(약 6억 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험버#화이트삭스#퍼펙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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