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아는 사람은 안다, 삼성화재 원동력은 노장 3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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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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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6신화의 숨은 힘 석진욱 여오현 고희진 유쾌한 수다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 삼성화재 체육관에서 만난 삼성화재 ‘노장 3총사’ 석진욱, 여오현, 고희진(왼쪽부터)이 카메라 앞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채널A 제공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 삼성화재 체육관에서 만난 삼성화재 ‘노장 3총사’ 석진욱, 여오현, 고희진(왼쪽부터)이 카메라 앞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채널A 제공
삼성화재가 5연패를 달성하며 통산 6번째 챔피언이 됐다. 많은 사람이 가빈을 그 원동력으로 꼽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석진욱(36), 여오현(34), 고희진(32) 등 ‘노장 3총사’가 있어 지금의 삼성화재가 있다는 것을. 모처럼 휴식을 즐기고 있는 그들을 17일 경기 용인 숙소에서 만났다.

“우승 못하면 내 책임이라 생각했다. 미련 없이 은퇴할 각오도 했다.”

맏형 석진욱. 최고의 수비형 레프트로 ‘배구 도사’라 불렸다. 2005년 무릎 수술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불사조처럼 코트에 서 있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선배다.

“대표팀에 가서야 알았다. 우리 팀 훈련이 얼마나 힘든가를. 그래도 분위기는 즐겁다.”

둘째 여오현. 모두가 인정하는 한국 최고의 리베로. 2000년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삼성화재의 지명을 받았다. 1라운드에서 안 뽑혀 실망했지만 지금은 그게 최고의 행운이라 여긴다. 아무리 강한 서브도 그의 수비를 뚫기는 쉽지 않다. 상대에겐 가장 얄미운 존재다.

“배구는 입으로 하는 거다(웃음). 잘나가는 형들 덕분에 이렇게 묻어서 인터뷰를 한다.”

‘노장 3총사’ 막내인 고희진. 주장이자 주전 센터. 파이팅만큼은 리그 최고다. 매일 일기를 쓰며 자기 암시를 한다. 본인이 효과를 봤다며 후배들에게 ‘깜지’(백지에 ‘나는 할 수 있다’ 식의 문장을 빽빽하게 쓰는 것)를 강요한 인물이다.

고희진이 2003년 입단했으니 셋이 한솥밥을 먹은 게 벌써 10년째. 1년에 300일 이상 함께 지내는 그들은 눈빛만 봐도 상대의 생각을 안다.

서로의 장단점을 물었다. 석진욱이 “생각해 본 적 없다. 좋은 면만 보려 한다”고 하자 여오현은 “형은 이상하게 집요한 데가 있어 후배들을 귀찮게 한다”며 공격을 했다. 한 방 맞은 석진욱이 반격에 나섰다. “오현이는 가끔 수비를 커버해 주기로 하고 안 한다.” 이를 지켜보던 고희진이 맏형에게 비수를 꽂는다. “형은 장난이 너무 심하다. 가구에 부딪쳐 피가 난 적도 있다. 감독님이 아시면 큰일 날 일이다.” 석진욱이 말을 잊은 채 웃는다. 동생들이 이겼다.

셋이 처음 모였을 때 삼성화재는 말 그대로 ‘무적함대’였다. 2000년 3월부터 시작된 승리 행진은 2004년 3월까지 이어졌다. 전인미답의 77연승. 그들은 지는 걸 몰랐다. 고희진은 “후배들은 그 느낌을 알 수 없다. 그걸 가르쳐 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석진욱은 “철없던 내게 인생을 알게 해준 곳”이라고 했다. 여오현은 “나를 행복하게 해 준 운명”이라고 말했다. 고희진이 덧붙인다. “남해 촌놈에게 성공이 뭔지를 가르쳐 줬다.”

석진욱과 고희진은 “이번에 우승 못하면 함께 은퇴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왜 여오현은 포함시키지 않았을까. 석진욱은 “오현이의 경기력은 지금도 최고다. 희진이는 주장이라 자극을 주고 싶었다. 나야 물러날 때가 된 것 아닌가. 지금까지 이런 선수들과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최근 “우승 멤버는 계속 함께한다”고 공언했다. ‘노장 3총사’는 계속 코트에 선다. 이들이 있는 한 삼성화재는 다음 시즌에도 ‘공공의 적’이 될 것 같다.

용인=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삼성화재#석진욱#여오현#고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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