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되돌려준 3000만원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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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7일 07시 00분


경기조작 혐의는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성현으로부터 브로커에게 건네진 ‘3000만원’의 정체에 따라 수사 확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돈의 성격을 밝히는데 집중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경기조작 혐의는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성현으로부터 브로커에게 건네진 ‘3000만원’의 정체에 따라 수사 확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돈의 성격을 밝히는데 집중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검찰, ‘첫 볼넷’ 실패 후 브로커에 되돌려준 돈 성격 규명에 집중

브로커 김씨와 평소에 가깝게 지내
단순히 손해만 메워준 것은 아닌 듯
직접베팅·청탁 등 추가조작 가능성
검찰 다음주에 수사결과 발표 예정


선수로부터 브로커에게로 되돌아간 3000만원, 과연 어떤 성격의 돈일까. 프로야구 경기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구지방검찰청은 LG 김성현(23·구속)이 브로커 김 모씨(26)에게 준 돈의 성격을 규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김성현은 “(넥센 소속이던 2011년) 5월 14일 LG전에서 고의 볼넷에 실패한 뒤, 브로커로부터 공갈과 협박을 당해 3000만원을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3000만원은 ‘첫 볼넷’ 관련으로 불법 사설 토토에 돈을 걸었다 잃은 브로커의 손해를 메워준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성현이 공갈을 한 브로커 김 씨와 함께 기거하는 등 가까이 지낸 정황으로 보아 3000만원이 단순히 손해를 메워준 것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대구 지역의 법조 관계자는 “검찰은 김성현이 직접 베팅을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성현이 불법 사설 토토에 직접 베팅을 했다면, 자신의 돈을 우연에 맡기진 않았으리라 보고 있다. 지난해 연봉이 5800만원이었던 김성현에게 3000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이 돈을 직접 베팅했다면 동료 선수에게 청탁을 하는 등 추가적인 조작 경기를 만들었거나, 브로커 김 씨로부터 조작된 경기에 대한 정보를 받고 베팅을 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연루자가 나올 수 있다. 검찰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김성현이 불법 사설 토토에 직접 베팅을 했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그 과정에서 동료 선수에게 경기조작을 청탁했다면, 범행을 시인한 ‘경기 조작’ 외에 ‘선수 브로커’로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김성현은 ‘선수 브로커’ 행위를 결코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조작된 경기에 대한 정보를 받고 베팅을 했을 뿐이라면 ‘경기 조작’ 외에 별도로 처벌하긴 어렵다. 검찰도 이 점을 고심하고 있다. 박은석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국민체육진흥법엔 단순 베팅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고, 도박죄는 우연한 승부에 재물을 걸어야 해서 이미 경기가 조작돼 있다면 거기에 돈을 건 것은 도박이라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사기죄로 처벌할 수도 없다. 대구 지역의 법조 관계자는 “그 경우 사기의 피해자는 경기조작이 된 사실을 모르고 불법 사설 토토에 돈을 걸었다 잃은 사람들이 되는 셈인데, 이들이 피해자를 자처하며 나설지 의문이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다음 주중에 이미 입건된 김성현과 박현준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 차장검사는 “(박현준이) 혐의 사실을 대체로 시인했는데, 기소를 안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밝혀, 일부에서 제기한 박현준의 기소유예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구|정도원 기자 united97@donga.com 트위터 @united97in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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