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받고 믿음 준 ‘라이언 킹’… “쿠웨이트戰도 믿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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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우즈베크와 평가전서 선제 2골 맹활약

“믿음 줬더니 믿음 주더라.”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전북 사령탑 시절인 지난해 이동국(33)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비결을 묻자 밝힌 요점이다. 여전히 기량은 갖추고 있는데 지도자들이 탐탁지 않게 생각해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었고 지켜보며 신뢰를 주자 다시 펄펄 날게 됐다는 얘기다.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평가전에서 이동국이 ‘태극 골잡이’로 부활했다.

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19세의 어린 나이로 대표팀에 승선해 팬들을 사랑을 받으며 ‘한국 프로축구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을 TV로 지켜봤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땐 승선하고도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이대로 끝날 것 같은 이동국의 ‘월드컵 꿈’은 최 감독이 지난해 대표팀 사령탑을 맡으며 되살아났다. ‘조광래호’에도 승선했으나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해 밀렸던 이동국이었지만 최 감독이 “이동국은 K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대표팀에서도 빛날 것”이라고 믿음을 주자 다시 날개를 펴고 날기 시작했다.

이동국은 이날 선제 2골을 몰아쳐 4-2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동국은 전반 19분 페널티지역 내 오른쪽에서 김두현(경찰청)이 밀어 준 것을 골대를 등지고 섰다 왼쪽으로 돌아서며 오른발 터닝 슛, 골네트를 갈랐다. 최 감독의 신뢰에 ‘최강희호’ 데뷔전 첫 골로 화답했다. 2010년 3월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 이후 약 2년 만에 맛본 A매치 득점. 포문을 열어 젖힌 이동국은 전반 46분 이근호(울산)의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 한 명을 제치고 오른발로 골을 보탰다.

29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B조 마지막 경기를 앞둔 한국으로선 이동국의 골이 반갑다. 한국은 쿠웨이트와 최소한 비겨야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후반 13분 신형민(포항)과 교체된 이동국은 “감독님께서 믿어 주시는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따른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동국이 기대에 부응해 줘 기분 좋다. 동계 훈련도 잘했고 대표팀에 합류해서도 계속 좋은 몸놀림을 보였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다. 29일 쿠웨이트 경기에선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여전히 신뢰를 보냈다.

한편 축구전문가들은 ‘최강희호’ 수비 조직력의 안정화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날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후반 34분과 38분 2골을 연거푸 내주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우즈베키스탄의 왼쪽 측면 공격에 골을 내줬다. 쿠웨이트가 양쪽 측면이 강하니 남은 기간에 수비안정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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