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감독, 헹가래 피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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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6일 07시 00분


동부 강동희 감독이 14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T전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직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동부 강동희 감독이 14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T전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직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1. 감독 취임 때 헹가래치는 관례…日 전훈서 받아
2. 진짜 헹가래는 챔스 우승 때 받고 싶었던 마음


동부 강동희 감독은 14일 KT전에서 승리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당연히’ 헹가래를 받았다. 감독에 오른 뒤 ‘첫’ 헹가래였을 터이기에 더 각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헹가래는 ‘당연히’도 아니었고, ‘첫’ 경험도 아니었다. 먼저 왜 첫 번째가 아니냐면 이미 일본 전훈에서 헹가래를 받았기 때문이다. 동부에서는 강 감독 취임 뒤 선수단 회식이 끝나면 감독을 헹가래치는 관례(?)가 있었던 것이다. 이 헹가래는 ‘시즌우승 때 또 해드리겠다’는 선수단의 각오가 담겨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강 감독은 우승을 앞두고 선수들이 그토록 해주고 싶었던 우승 헹가래를 고사해야 할지를 놓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실제 강 감독은 14일 우승 뒤 헹가래를 안 받으려 했다. 그러나 사진기자들의 거듭된 요청과 동부 그룹 고위층의 권유에 마음 약한 강 감독은 뿌리치지 못하고 헹가래를 받았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2008년 동부 통합우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 감독은 당시 동부 코치였다. 정규리그 우승 때 선수들은 당시 수장인 전창진 감독(현 KT 감독)을 헹가래 쳐주려고 찾았지만 코트에 나타나질 않았다. 선수 라커룸에 있는 전 감독을 강 감독이 찾아내 “빨리 나가시라”고 권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 순간 강 감독의 머리에서 무언가가 퍼뜩 스치고 지나가자 더 이상 나오라고 권할 수가 없었다.

전 감독은 그 기쁜 순간에도 ‘헹가래는 챔피언시리즈 우승 때 받고 싶다’는 의지 혹은 경각심을 선수단에 전파한 것이다. 그 때를 떠올렸던 강 감독 역시 진짜 속내는 ‘헹가래는 나중’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좋게 생각하면 지금 받은 헹가래, 챔피언이 되고 나서 또 받으면 될 일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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