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잠비아, 리브르빌의 기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2월 14일 07시 00분


FIFA 랭킹 71위 잠비아,네이션스컵 첫 우승

93년 대표팀 전원 앗아간 비행기 추락 사고
“그들의 원혼 달래주자”리브르빌 입성 기도
FIFA18위 코트디부아르 꺾고 감동 드라마

잠비아가 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축구 정상에 등극했다.

잠비아는 13일(한국시간) 아프리카 가봉의 리브르빌 스타드 당곤제에서 열린 2012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에서 코트디부아르와 연장까지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8-7로 이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71위의 잠비아는 18위 코트디부아르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였지만 결과는 예상을 뒤집었다. 잠비아는 역대 12차례 대회에서 11차례 본선에 올랐으나 이전 역대 최고 성적은 74년과 94년 2차례 준우승이 전부였다. 코트디부아르는 92년 우승했고, 결승에는 총 3차례 올랐다.

○ 악몽의 눈물을 기쁨의 눈물로

잠비아는 19년 전의 참사를 잊지 못했다. 올해 대회 결승전이 열린 리브르빌에서 빚어진 슬픔이었다. 잠비아는 1993년 4월28일 경유지 리브르빌에서 94미국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예선을 위해 세네갈로 이동하려다 선수단이 탑승한 항공기가 추락했다. 당시 사고로 18명의 선수와 7명의 스태프가 모두 사망했다. ‘치폴로폴로(구리 탄환)’란 애칭으로 사랑을 받던 잠비아 축구는 그 때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강산이 두 번쯤 바뀔 무렵인 올해 드디어 잠비아는 일을 저질렀다.

가봉과 적도기니가 공동 개최한 이번 대회 결승전이 리브르빌에서 열리는 걸 확인한 잠비아의 헤르브 레나르 감독은 결전을 준비하던 제자들을 불러 모았다. “선배들을 위해, 우리 자신을 위해 뛰자. 우린 결승에 가야 리브르빌에 입성할 수 있다.”

그리고 해냈다. 본선 무대에서 승승장구한 잠비아는 4강에선 남아공월드컵 8강의 위업을 달성한 ‘강호’ 가나를 제압하더니 결승에선 유력한 우승 후보인 코트디부아르마저 물리쳤다. 프랑스 국적의 레나르 감독은 “가봉에 오자마자 선수들과 함께 참사 현장을 방문했다. 알 수 없는 힘이 우리를 승리로 인도했다”며 감격해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가 된 오른쪽 미드필더 크리스토퍼 카통고도 “잠비아가 아픈 역사를 감동의 역사로 다시 썼다. 우리 역시 후손들에게 아름답고 위대한 유산을 물려주게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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