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결의… 한국대표팀 코치 된 토비 도슨-모굴스키 간판 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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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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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 “평창은 내 운명”서정화 “도슨과 만남은 운명”

토비 도슨 코치(왼쪽)와 서정화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메달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말부터 강원 평창군 휘닉스파크에서 합숙 훈련 중인 도슨 코치와 서정화가 2일 슬로프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평창=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토비 도슨 코치(왼쪽)와 서정화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메달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지난해 말부터 강원 평창군 휘닉스파크에서 합숙 훈련 중인 도슨 코치와 서정화가 2일 슬로프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평창=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아버지 나라의 국가대표팀 코치가 되다니…. 슈퍼 코리안이 된 것 같다. (서)정화는 올림픽 메달을 함께 만들어갈 친구다.” 프리스타일 모굴스키 국가대표팀 토비 도슨 코치(한국명 김봉석·33).

“도슨 코치는 꺼져가던 꿈의 불씨를 되살려줬다. 그동안 상상도 못했던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가슴 속에 그리게 됐다.” 프리스타일 모굴스키의 간판인 국가대표 서정화(22).

스승과 제자 사이라는 딱딱한 타이틀은 찾기 힘들었다. 오랫동안 정을 나눈 오누이처럼 다정해 보였다. 운명적인 만남이기라도 한 듯 그들은 2주 만에 급격히 친해졌다. 훈련 후에는 최신 셔플댄스도 함께 출 정도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향해 힘찬 첫걸음을 내디딘 도슨 코치와 서정화를 2일 합숙훈련지인 강원 평창군 휘닉스파크에서 만났다.

도슨 코치는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평창의 겨울올림픽 유치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두 개의 조국을 가진 성공 스토리로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도슨 코치는 세 살 때 부모와 헤어져 미국으로 입양됐지만 스키 강사 출신 양아버지의 영향으로 프리스타일 스키에 입문해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서정화는 한국 프리스타일 모굴스키 1세대다. 서울외국어고 재학 시절 학업을 포기하기 어려워 3학년에야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21위에 오르며 한국에도 모굴스키 선수가 있음을 처음 세계에 알렸다. 그는 현재 미국 남캘리포니아대에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이들이 만날 확률은 0%에 가까웠다. 둘 다 스키와 마음이 멀어지고 있었다. 도슨 코치는 밴쿠버 겨울올림픽 미국팀 코치를 끝으로 프로골프 선수로의 전향을 선언했다. 서정화는 체계적인 훈련 부족으로 정체기를 겪으며 은퇴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평창의 겨울올림픽 유치 후 이들의 운명은 180도 달라졌다. ‘조국’이라는 뜨거운 자부심을 느낀 도슨 코치가 한국팀을 가르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서정화도 천군만마를 얻은 심정으로 팀 훈련에 합류했다.

서정화는 그동안 일 년에 두세 달씩 일본 주니어팀 코치에게서 기술을 배워왔다. 전지훈련도 미국, 일본, 호주 등 해외에서 주로 했다. 한국에는 제대로 된 훈련 시설과 지도자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부담하던 월 600만 원 이상이 드는 코치비와 훈련비는 큰 짐이었다.

서정화는 “세계적 수준에 오르려면 연 1억 원 이상은 투자해야 했다. 이전까지는 돈은 돈대로 쓰면서 실력은 늘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며 “도슨 코치가 오지 않았다면 몇 년 안에 운동을 그만뒀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한국 훈련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도슨 코치는 “미국과 비교해 모든 것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따로따로 훈련해 온 한국 선수들은 기본 체력이 부족했다. 트램펄린, 워터점프 시설이 없어 기술 훈련은 꿈도 못 꿨다. 평창 겨울올림픽 예정지인 휘닉스파크 모굴스키 코스는 직선이 아니어서 국제 규격에 못 미친다. 그는 미국에서는 감독, 수석코치, 전문 트레이너, 영양사가 나눠 할 일들을 혼자 도맡아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의 단 2주간의 훈련이었지만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도슨 코치는 “정화는 자기 몸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있고 습득 능력이 빠르다. 기초 체력만 올리면 난도를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칭찬했다.

도슨 코치와 서정화의 최종 목표는 2018년 평창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게 하는 일이다. 도슨 코치는 “목표는 물론 메달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 스키의 토대가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방식으로는 어렵다. 실질적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도슨 코치와 서정화는 톱 랭커들이 출전하는 2월 일본과 중국의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한다. 봄 학기가 끝나는 5월부터는 미국의 기술 캠프, 호주 전지훈련 등 본격적인 기술 수업이 잡혀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봉석 코치님, 반가웠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도슨 코치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는 이내 미소를 되찾고 기자에게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한국에 와서 친아버지로부터 실제 내 나이(1979년생)를 비로소 들어 알게 됐다. 내 진짜 생일도 찾았다. 한국 스키의 진면목도 곧 찾고 싶다.”

평창=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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