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조기축구 감독도 이렇게 자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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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9일 07시 00분


조광래 감독. 스포츠동아DB
조광래 감독. 스포츠동아DB
황당 충격 분노…조광래의 반격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한 숨도 자지 못했다.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아침부터 (바쁘게 해서) 미안하다”는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에는 답답함이 가득했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일방적인 해임 통보를 받은 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8일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감독은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기술위원회가 과정을 밟았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윗선의 뜻에 따라 일방적으로 (해임을) 알린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속내를 전했다. 그는 “조기 축구회 감독도 이렇게 쉽게 갈리진 않는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을 만났을 때, ‘기술위원회의 판단인지 기술위원장의 판단인지’를 묻자 황보 위원장은 ‘부회장단의 뜻’이라고 했다. 중요 사안을 결정하면서 기술위원장을 앞세우고 정작 자신들은 뒤로 숨어버리는 행동은 용납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다음은 조 감독과의 일문일답.

-아직 협회와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았다.

“먼저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까지 이끌도록 돼 있었다. 내년 2월29일 쿠웨이트와의 한 경기가 더 남아있다. 우리가 탈락한 것도, 탈락이 유력시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와중에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경질 통보를 예상 했었는가(기술위원장이 이회택 협회 부회장에서 황보관 기술교육국장으로 바뀔 때 축구계에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사실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경우 없는 행동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미 윗선에서 다 결정 해놓고, 황보관 기술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협회의 방식이 옳지 않았다는 의미인가.

“내가 대표팀을 운영하는 방식이나 행태가 협회가 생각하기에 옳지 않았다는 판단이 섰다면 대화를 하고 협력을 할 수도 있다. 기술위원회가 구성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판단할 수 있었겠는가. 결정권자는 따로 있다.”

-대표팀 선수들 내에 불화가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몇몇 축구인들은 일부 선수들이 조광래호의 운영 방식에 반발한다는 얘기를 전한 바 있다).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엔트리에 뽑힌 모두가 한 식구였다. 물론 뛰는 선수와 뛰지 못하는 선수들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불만이 나올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는 어느 팀이든지 흘러나올 수 있는 얘기다.”

-협회 내 일부 직원들이 대표팀 운영에 반발했다고 하는데(실제로 협회 내의 몇몇 직원들은 사석에서 공공연히 조 감독의 대표팀 운영을 놓고 반대 의사를 전해왔다).

“엄연히 각자 업무가 따로 있다. 난 대표팀 선수 선발과 팀 운영 등 경기력 측면에 신경을 쓰면 됐고, 협회에서는 대표팀이 잘 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을 해야 했다. 그게 서로의 권리이자 의무다.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뚜렷이 선을 그어뒀다면 갈등도 없었을 것이다.”

조광래 감독 성명서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조광래입니다. 저의 경질 보도로 많이 놀라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7일 대한축구협회 황보관 기술위원장이 급히 전할 이야기가 있다는 연락이 와서 오후 8시 면담을 가졌습니다. 여기서 황보 위원장은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그만두는 것으로 이야기 되고 있다. 협회 부회장단 등과 의논한 결론이다”라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중략) 이번 사태는 단순히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향후 어떤 인물이 대표팀 감독을 맡고, 떠나더라도 한국 축구의 대계를 위해선 반드시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신념입니다. 외부 변수로 대표팀 감독직이 좌우되는 일은 있어선 안 됩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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