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늘, 1벌타 받고도 칭찬…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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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6일 07시 00분


김하늘. 스포츠동아DB
김하늘. 스포츠동아DB

올스타 왕중왕전서 살짝 공 흔들려
자진해서 말해 벌타 받고 경기 속행


골프에서 실력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규칙이다. 별도로 심판이 존재하지 않는 골프에서 규칙은 선수 스스로 지켜야 한다. 골프를 양심의 스포츠라고 부르는 이유다.

미국 골프 전문 인터넷 사이트 골프닷컴은 4일(한국시간) 골프 매거진 1월호 내용을 인용해 “PGA투어 캐디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54%가 ‘선수가 경기 도중 부정행위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공이 러프에 빠졌을 때 치기 좋은 위치로 옮기거나, 마크할 때 조금씩 홀 앞으로 움직이는 골퍼들이 있다고 했다.

애덤 반 하우텐이라는 골퍼는 지난해 미국 스포츠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드’가 선정한 ‘스포츠맨십상’을 받았다. 2005년 고교 골프대회에서 2위를 7타차 따돌리고 1위로 경기를 마친 반 하우텐은 우승이 유력했지만 스코어 카드 오기를 뒤늦게 깨닫고 양심선언했다. 10번홀에서 6타를 치고 5타로 썼다고 했다. 반 하우텐은 결국 실격 돼 우승하지 못했다. 우승은 놓쳤지만 5년이 지난 후 SI가 선정한 최고 스포츠맨십상을 받으면서 더 큰 상을 받게 됐다.

4일 끝난 KLPGA 올스타 왕중왕전에서는 김하늘의 양심선언이 찬사를 받았다. 김하늘은 전날 15번홀(파3)에서 티샷을 홀 2m 부근에 붙여 버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김하늘은 어드레스하는 과정에서 퍼터 헤드로 살짝 공을 스쳐 움직이게 했다. 이 장면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 공이 아주 미묘하게 움직인 상황이라 함께 경기한 동반자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나 김하늘은 스스로 공이 움직였다고 고백하고 1벌타를 받았다.

김하늘은 “공이 살짝 움직이는 걸 느끼고 저 역시 깜짝 놀랐다. 이벤트 경기라 부담은 없었지만 그 순간 당황하게 됐다. 동반자인 심현화 선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1벌타를 받은 후 다시 플레이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아무도 보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그대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김하늘의 생각은 달랐다. “언제 또 그런 상황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다. 선수로서 앞으로도 규칙을 스스로 지켜야하는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이다”

진정한 챔피언에게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김하늘이 행동으로 보여줬다.

주영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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