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도 두번 좌절 아시아 정상, ‘야통’이 해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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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소프트뱅크 5-3 꺾고 한국 첫 아시아시리즈 우승

예선 1.5군 투수 투입 ‘선후퇴 후공격’ 작전… 장원삼 MVP

한일전을 앞둔 비장한 투사의 모습은 없었다. 고국 팬들에게 멋진 작품을 선사하고픈 여유 넘치는 지휘자 같아 보였다. 29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구장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을 앞둔 삼성 류중일 감독의 표정이 그랬다. 그는 초탈한 표정으로 “상대 선발로 누가 나오든 상관없다. 일본이 고민 좀 하라고 타순을 좌우 번갈아 지그재그로 짰다”며 전날 선발 투수 연막작전을 펼친 소프트뱅크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하지만 삼성은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선발 부족으로 장원삼은 4일 만에 등판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포수 진갑용과 타격감이 좋던 신명철이 부상으로 결장했다. 그럼에도 류 감독은 “대체 포수 이정식은 송구 능력이 좋다. 진갑용은 일일 배터리코치로 볼 배합 지도를 하면 된다”며 긍정론을 폈다.

○ ‘야통’ 아시아를 품다

긍정의 힘이 아시아 챔피언을 탄생시켰다. 삼성이 예선에서 참패를 당했던 소프트뱅크를 5-3으로 설욕하며 한국의 첫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팬들은 류 감독을 ‘야통(야구 대통령의 줄임말)’으로 불렀지만 초보 감독에게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감독 데뷔 첫해 한국시리즈에 이어 아시아시리즈까지 제패하며 ‘야통’의 이름값을 스스로 증명했다. 아시아시리즈 우승은 선동열 전 삼성 감독(2005년, 2006년), 김성근 전 SK 감독(2007, 2008년)도 두 번씩 좌절을 맛본 대업이다.

‘선 후퇴 후 총공격’을 천명한 류 감독의 작전이 빛난 시리즈였다. 26일 예선에서 소프트뱅크에 0-9 충격의 패배를 당한 류 감독은 “결승을 위해 1.5군 투수를 투입했다. 결승에서 총력전으로 제대로 한판 붙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들은 주축 선수가 빠진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삼성을 비난했다. 결승전 승리를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이날 삼성은 예선과는 180도 다른 면모를 보였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텼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1회말 1사 2루에서 박한이가 우치가와 세이치의 파울 타구를 20m 이상 전력 질주해 잡아내다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실려나간 것이다. 경기가 지연돼 몸이 굳은 선발 장원삼은 곧바로 마쓰다 노부히로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하지만 장원삼은 2회부터 안정감을 되찾았다. 경기 초반 왼손 선발 이와사키 쇼의 노련한 피칭에 끌려가던 삼성 타자들도 짧은 스윙으로 타구를 꾸준히 오른쪽 외야로 보냈다.

삼성의 ‘땜빵’ 라인업은 5회 드디어 폭발했다. 대체 포수 이정식의 안타를 시작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박한이 대신 출전한 정형식이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삼성은 이후 박석민의 적시 2루타 등에 힘입어 5-1까지 앞서갔다. 이후 일본의 거센 추격을 따돌린 삼성의 승리.

○ 2013년 WBC 감독 1순위로

선발 장원삼은 6과 3분의 1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아시아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25일 호주 퍼스전에 이어 4일 만에 등판했지만 최고 구속 145km의 직구와 칼날 제구력으로 일본 타자들을 요리했다.

류 감독은 감독으로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하며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 후보 1순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아시아까지 제패한 그의 형님 리더십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아시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타이중=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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