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 팬] 홈런볼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1월 11일 07시 00분


2009년 7월 16일에 벌어진 롯데와 한화의 경기는 양팀 팬뿐 아니라 야구계 전체가 잊을 수 없는 경기다. 8회말 연경흠이 친 솔로홈런이 바로 프로야구 통산 2만 번째 홈런이었기 때문. 2만호 홈런에 걸려있던 제주도 여행권과 대형TV라는 경품은 관중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고, 급기야 홈런볼을 둘러싸고 관중들이 난투극을 벌이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홈런볼을 둘러싼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3년에는 이승엽의 56호 홈런볼을 잡기 위해 관중들이 잠자리채까지 동원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으며, 2004년 메이저리그에서는 배리본즈의 700호 홈런을 둘러싸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팬들끼리 법정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초창기 메이저리그에서는 홈런볼의 소유권이 구단에게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20세기 초, 한 관중이 홈런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법정 싸움을 벌인 끝에 관중석에 떨어진 공의 소유권은 관중에게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공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순간 구단의 소유권도 사라지는 것이며, 관중이 구입한 티켓의 가격에는 홈런볼을 주울 수도 있다는 기대에 대한 대가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논리이다.

그렇다면 소유권을 주장하는 관중이 여러 명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다. 관중석에 떨어지는 순간 그 공은 무주물(無主物)이 되기 때문에 선점(先占)하는 자가 소유자가 되는 것. 하지만 이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우리 민법상 ‘점유’라고 하기 위해서는 “사회 관념상 해당 물건이 어떤 사람의 지배 하에 있다고 인정되는 객관적인 관계”가 성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공을 미처 움켜쥐기도 전에 손을 빠져나갔다거나 내 손을 맞고 다른 곳으로 굴러간 경우에는 ‘점유’한 것이 아니며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지 않을 만큼 손에 쥐고 높이 치켜들거나, 주머니에 공을 넣는 정도는 인정되어야 소유자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 다투어 공을 잡기 위해 옥신각신하는 와중에 점유자를 판별하는 것이 언제나 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때로 관중끼리 몸싸움을 하거나 법정분쟁까지 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공의 의미가 그날 경기에 대한 추억, 선수의 기록을 함께 했다는 자부심에 있는 것이라면 공을 둘러싸고 싸움까지 하는 것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2003년에 이승엽의 56호 홈런볼을 주운 당사자는 삼성 구단에 자발적으로 공을 기증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될 선수와의 교감이나 인간적인 호의는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아닐까? 물론 내가 홈런볼은 고사하고 파울볼 하나 잡아본 적 없는, 운 없는 팬이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구율화 여성 열혈 야구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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