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해피엔딩…‘만수야구’의 발견

스포츠동아 입력 2011-11-01 07:00수정 2011-11-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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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를 빛냈던 두 전설. 하지만 승장과 패장으로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 류중일 감독(왼쪽)과 SK 이만수 감독대행이 삼성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5차전 직후 그라운드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잠실|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cut
■ 우여곡절 ‘SK 제국’의 2011

8월 김성근 감독 사퇴 후 혼란 수습…정규리그 3위
준PO·PO V…팀 5년 연속 KS·감독대행 첫 KS 이뤄
팀 리빌딩은 숙제…ML식 리더십 본격 시험대 올라

SK의 2011년은 8월18일 이전과 이후로 나눠서 성립된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이 무대 위로 올라간 것은 8월18일 이후였다. 재계약을 둘러싸고, 프런트와 갈등을 빚던 김성근 전 감독의 돌연 자진사퇴(17일)와 그 다음날 구단의 경질 발표. 이런 혼미한 정국에서 SK 프런트가 집어들 수 있는 카드는 전 수석코치이자 당시 2군감독인 이 대행뿐이었다.

선장의 실력을 알 수 없었기에 더 불안했던 갑작스런 정권교체. 이 순간 SK의 시즌, 나아가 제국의 영광은 종언을 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처럼 보였다. ‘4강만 가면 다행’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 이 대행은 3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부상자가 끊이지 않았던, 선발진이 무너진 악재 속에서 버텼다. 롯데와의 2위 경쟁에서 밀린 탓에 체력 부담마저 컸지만 3위에 집착했다. 전임 감독이 물려준 순위 그대로 끝내고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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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4위를 각오한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열세라는 예상이 나왔고, 1차전을 완패했다. 내부에서도 이러다 3패로 끝나는 것 아니냐, 이 대행의 감독 승격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돌았지만 천신만고 연장전 끝에 2차전을 잡았다. 이후 3·4차전 연승, 플레이오프(PO)에 올랐다. 김광현을 끝까지 아꼈고, 윤희상·박희수의 잠재력을 터뜨렸다. 엄정욱 마무리 기용도 빛을 봤다.

지더라도 선수를 아끼고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스타일은 5차전까지 흘러간 롯데와의 PO에서도 유효했다. PO 1차전은 지도자 이만수에게 승운이 따르는 것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최후의 5차전에서도 열세 예상을 뒤엎고 SK는 낙승, 5년 연속 한국시리즈(KS)·대행의 KS 진출이라는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중요한 경기를 너무 많이 치른’후유증은 KS에서 노출됐다. 1·2차전을 석패했고, 3차전을 잡았지만 4·5차전 힘이 다했다. 중과부적, 그러나 최악에서 최선을 다한 SK는 ‘가을의 지존’다운 위엄을 잃지 않았다.

숱한 고난의 연속이었건만 SK의 2011년은 그래서 해피엔딩이었다. 올 시즌 단 한 번도 구장을 찾지 않았던 최태원 그룹 회장이 PO 3차전에 예고 없이 문학구장을 찾았다. 승리 직후 덕아웃에 내려와 “이 대행을 대구로 보내드리자”고 했다. SK의 숱한 고생이 보답을 받는 순간이었다.

이제 이 대행 앞에는 5년연속 KS진출이라는 명문구단의 품위를 잃지 않되 팀 리빌딩을 진행해야 되는 만만찮은 과제가 놓여 있다. 이 대행의 리더십을 두고, ‘아직은 모른다’ ‘안 풀릴 때의 능력은 미지수’라는 꼬리표도 따라붙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프런트가 전력을 구성하고 현장이 사용하는 메이저리그식 야구단 운용 틀이 본격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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