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강기석은 누구인가, 엇갈린 운명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30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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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눈 쌓인 험난한 산 위에서 함께 울었던 사이였다. 2009년 5월 20일 오후 6시 15분. 14시간이 넘게 목숨을 걸고 올라간 산 위에서 그들은 기쁘고도 서러워 울었다. 히말라야에서 최고로 험난하다는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함께 올라 코리안 루트를 개척한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 및 진재창 부대장. 이 벽에서 이미 4명의 선후배들을 잃었던 서러움이, 그럼에도 기어코 올랐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박 대장은 여러 차례 이 벽에 도전했다가 후배 4명을 잃은 뒤에 정상에 섰다.

그들의 운명은 그 뒤에 바뀌었다. 4명 중 박 대장과 신, 강 대원은 이번 안나푸르나 남벽 등반 도중 실종됐다. 산악구조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진 부대장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 한국에서 급파됐으나 그들을 찾지 못했다.

신 대원은 박 대장의 뒤를 이을 한국 산악계의 차세대 주자였다. 185cm의 키에 74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그는 별명이 '괴력의 사나이'였다.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오를 때에도 모두가 지친 상태에서 마지막 고비가 되었던 최후의 절벽에 먼저 올라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 준 것도 그였다. 조리사 출신인 그는 음식 담당이기도 했다. 50가지 이상의 반찬과 음식을 준비해 산상의 호화로운 음식으로 대원들의 건강을 챙겨주었다. 조기구이 김치국 어묵우동 족발 간장게장 닭곰탕 등 다채로운 음식솜씨를 발휘했다. 2001년 네팔 푸모리 등반 때 산위에 자신을 응원하러 찾아온 10살 연상의 여성 산악인 조순희 씨(47)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산악인의 마음을 아는 부인은 산에 가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다. 대신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당부를 하고는 했다. 신 대원은 부인과 아들 호준 군(8)을 남기고 산의 품에 안겼다.

미혼인 강 대원은 등반기술이 좋은 테크니션으로 알려졌다. 신 대원과 함께 2007년부터 박 대장을 따랐다. 33세인 그는 박 대장을 따라 에베레스트 남서벽 공격조로 나서는 등 자신의 등반기술과 경험을 익혀가고 있는 중이었다. 박 대장이 계획했던 히말라야 8000m급 14좌에 모두 새로운 루트를 내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등반가로 성장할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한국산악계는 신, 강 대원의 실종으로 현 세대를 이끌고 있는 박 대장과 그의 뒤를 이을 차세대 유망주를 한꺼번에 잃었다.

카트만두=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신동민, 강기석 대원 약력

◇신동민 대원
(1974년 제주 생, 대구대산악부OB)

1995년 알프스 3대 북벽, 드류 등정
2000년 에베레스트 북릉-북동릉 등반
2007년 로체샤르 남벽 등반
2008년 에베레스트 남석벽 등반
2009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코리안 루트 등정
2010년 안나푸르나 남벽 등반
◇강기석 대원 (1978년 안동 생, 안동대산악부OB)

2003년 로체 서벽 등정
2006년 로체 남벽 등반
2008년 가셔브룸Ⅱ 등반
2008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등반
2009년 에베레스트 남서벽 코리안 루트 등정
2010년 안나푸르나 남벽 등반
2011년 가셔브룸Ⅱ 등정

※등정은 정상에 오른 것, 등반은 다녀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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