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이대호 “대포를 버리니 만사형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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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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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타점·최다안타 1위…그가 말하는 그의 변화

체격은 이렇게 달라도 알고 보면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절친했던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롯데 이대호(왼쪽)가 사직 SK전 3회말 1사
 1루에서 중월 2루타를 치고 2루를 밟은 뒤 SK 2루수로 나선 친구 정근우와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직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체격은 이렇게 달라도 알고 보면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절친했던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롯데 이대호(왼쪽)가 사직 SK전 3회말 1사 1루에서 중월 2루타를 치고 2루를 밟은 뒤 SK 2루수로 나선 친구 정근우와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직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다리 부상·목 통증 등 악조건속 경기
풀스윙 버리니 오히려 타격감 살아나

“힘 완급 조절할 줄 아는 완벽한 선수”

롯데 이대호를 두고 주장 홍성흔은 “말하는 대로 다 되는 천재타자”라고 했다. 김무관 타격코치는 “힘이 있는데 그 힘을 뺄 줄 안다. 정말 영리한 타자”라고 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대호는 20일까지 타율(0.365) 타점(108점) 최다안타(169개) 1위다. 장타율(0.590) 출루율(0.438) 홈런(26)은 2위다.

숫자만 보자면 타격 7관왕을 차지한 작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악조건 속에서의 대응능력을 살피자면 오히려 그 실속은 더 알차다.

○김무관, “이대호는 완벽한 복서”


김 코치는 21일 SK전에 앞서 “권투를 생각하면 이대호는 궤적이 크지만 속도가 느린 풀스윙 펀치와 스피디하지만 파워는 약한 짧은 잽을 다 잘 구사하는 선수”라고 비유했다. 이대호가 비범한 이유는 스윙 궤적과 힘의 완급을 상황에 맞춰서 조절할 줄 아는 선수라는 평가에 있다.

풀어쓰면 이대호는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힘을 갖고 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100% 그 힘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80%의 힘으로 스윙을 함으로써 스윙 궤적을 짧게 만들어 정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안타 생산이 늘어나게 됐고, 자연스레 홈런도 따라오게 됐다. 말이 쉽지, 타자가 타석에서 100의 힘을 다 쓰지 않는다는 것은 고도의 경지를 요구하는데 이대호는 “20년 걸린다”는 이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김 코치 얘기다.

시즌 중반 다리가 아파서 밸런스가 안 좋아지면서 대응책을 모색하다 나온 타법이 이제 이대호를 더 무결점으로 진화시켰다. 김 코치는 “컨디션이 나빠지면 대개 타자는 더 힘이 들어가는데 상황을 봐가면서 스윙과 힘을 조절한다”고 이대호의 영리함을 칭찬했다.

○이대호, “홈런을 버리니 많은 것들을 얻었네”

이대호도 아픈 다리와 목이 타격의 감을 잡는 우연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일 전 잠을 잘못 자 목이 아파서 돌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때 가볍게 밀어 치다가 ‘굳이 세게 안쳐도 되는구나’라고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홈런을 버리니 많은 것을 얻었다. 7∼8월에 (타이틀 욕심을)다 버린 적도 있었는데 홈런을 안 노리니 안타와 타율, 출루율이 올라가더라. 홈런은 주자 없을 때 노리면 된다.”

이대호는 “내가 영리한 것보다는 지는 것을 싫어한다. 특히 우리 롯데 선수한테는 지고 싶지 않다. 4번타자인데 부응해야 된다”라고 마인드 변화의 이유를 밝혔다. 시즌 초반에 페이스가 너무 일찍 올라온 데다 중간에 다리 부상, 목 통증, 타 팀의 집중견제 속에서 이대호는 슬기롭게 대처했다. 그래서 어찌 보면 7관왕 이대호보다 2011년 이대호가 더 무섭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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