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예전 같지 않다. 8일 현재 4위. 지난 4년간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의 위용이 보이지 않는다. 김성근 감독이 중도 퇴진한 지난달 18일 이만수 감독 대행 체제로 바뀐 뒤 승률 3할대(5승 2무 10패)다.
SK 선수단은 지난해와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에이스 김광현과 포수 박경완이 부상으로 빠졌을 뿐이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이 지휘할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특유의 촘촘한 수비력과 끈질긴 타격이 실종됐다. 어이없는 실점은 많고 득점 기회는 못 살릴 때가 많다.
문제는 갑작스러운 리더의 교체에 있다. 김 전 감독은 톱니바퀴처럼 조직적인 야구를 추구했다. 이 감독 대행은 호쾌하게 치고 달리는 야구를 선호한다. 김 전 감독만큼 작전을 많이 쓰지 않는다. 선수들로선 두 감독의 다른 스타일을 맞추는 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 김 전 감독을 응원해온 팬들까지 선수단을 흔들고 있다. 문학 홈경기가 열리면 상대 팀을 응원했다. SK 구단을 비난하고 ‘이 감독 대행이 정말 싫다’는 내용의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이들은 7일 한 매체에 ‘사람을 해합니다 불행을 향합니다’라는 전면 광고를 냈다. 팬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구단의 처사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SK 구단과 팬은 동반자가 아닌 앙숙 사이가 됐다.
SK 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할 수 없다며 괴로워했다. 주장 이호준은 “팬들이 SK를 비난하는 시위를 하면 선수들은 동요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떠난 김 전 감독과 남은 이 감독 대행 모두 마음이 가벼울 리 없다. 김 전 감독은 SK를 떠난 뒤 전국을 돌며 야구 꿈나무를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SK가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심경은 가슴 아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감독 대행의 얼굴에도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김성근 감독님으로부터 많은 걸 배웠다. 그 뜻을 이어받아 더 잘하고 싶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 시즌 막판이다. 이호준은 “SK 선수단은 다시 일어설 힘이 있다. 4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건 팬들이 힘을 실어줬을 때 가능한 얘기다. 지금 SK에는 질타보다 격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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