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훈 기자의 끝내기 홈런]가르시아의 기습번트, 홈런보다 더 빛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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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칸 독수리’ 카림 가르시아(36·한화)는 연구 대상이다. 지난해까지 3년간 롯데에 있었을 때나 6월 한화 유니폼을 입고 돌아왔을 때나 한국 선수들과 금세 친해졌다. 삼겹살과 풋고추를 즐겨 먹는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이 문화 차이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르시아는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간다. 띠동갑인 류현진(24)의 장난을 웃음으로 받아준다. 연습 도중 선수들과 눈이 마주치면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경기에선 다르다. 가르시아의 눈매가 매서워진다. 안타보다는 큰 거 한 방을 노린다. 5일 현재 타율은 0.211에 불과하지만 33경기에서 홈런을 10개나 날렸다. 26안타 가운데 2루타 이상 장타가 14개다. 타점(32개)도 경기당 거의 1개꼴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가르시아는 팀을 위해 무얼 해야 하는지 안다. 그는 2일 롯데와의 대전 경기에서 2-3으로 뒤진 3회 2사 3루에서 타석에 섰다. 롯데 선발 고원준은 바깥쪽 높은 공을 던졌다. 가르시아는 갑자기 자세를 바꾸더니 3루 쪽으로 기습 번트를 댔다. 그러곤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한 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롯데 3루수 황재균은 서둘러 공을 던졌지만 악송구가 돼 1루수 이대호 뒤로 흘렀다. 가르시아는 2루까지 내달렸고 그사이 3루 주자 정성호가 홈을 밟아 3-3 동점. 비록 팀은 3-9로 졌지만 가르시아는 팀플레이가 어떤 것인지를 몸으로 보여줬다.

이날 가르시아의 번트 안타는 2년 2개월 11일 만이다. 롯데 시절인 2009년 5월 22일 대구 삼성전에서 0-2로 뒤진 7회 권혁을 상대로 기습 번트를 성공시켰다. 그때도 3루수 박석민이 전진 수비를 하지 않고 있던 틈새를 노렸다.

팀 승리를 위해서라면 번트라도 대겠다는 희생정신. 땅볼을 쳐도 1루로 전력 질주하는 승부 근성. 한화 연고지인 대전은 물론이고 친정팀 롯데 팬까지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화는 7위로 처져 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으로 바뀌었다. 팀워크는 서로를 희생하고 다독이며 더욱 탄탄해진다는 사실을 가르시아에게서 배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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