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기대 이하 성적에 한국 마라톤 ‘침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4일 1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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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마라톤이 개인전 20위권 진입에도 실패하자 관계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마라톤 대표팀은 3일 대구 시내에서 벌어진 남자 마라톤에서 정진혁(21·건국대)이 2시간17분04초로 23위에 오르는 등 5명의 선수가 모두 중위권으로 밀렸고 단체전에서도 6위에 머물렀다.

가장 성적이 좋았던 정진혁이 경기를 마친 뒤 허벅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고 탈진해 쓰러져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온몸이 부서져라 달렸지만 세계의 거대한 벽만 확인하고 말았다.

황영조 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경보 기술위원장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씁쓸해했다.

황 위원장은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부끄러운 성적으로 마무리했다"며 "마라톤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큰 것을 아는데 이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특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 '아시아의 자존심'이라 자부했는데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몽골 선수에게도 개인전에서 밀렸다"면서 "정부의 지원 아래 대표 선수들을 모아 쉽지 않다는 팀 훈련까지 시키고 10명 중에서 좋은 선수를 걸러냈는데도 부끄러운 성적이 났다"고 통렬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동안 대표팀을 혹독하게 담금질해 온 정만화(51) 코치도 고개를 숙였다.

정 코치는 "생각보다 많이 못 뛰었다"면서 "기대 이하의 성적에 씁쓸한 마음뿐이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 코치는 대회 날씨를 잘못 예상한 탓에 준비했던 것이 어그러졌다고 털어놓았다.

정 코치는 특히 정진혁에 대해 "2시간9분~10분대를 뛸 수 있는 선수인데 애초에 10~11분대에 맞춰 훈련을 했다"면서 "무조건 더울 것이라고 예상해서 '힘의 마라톤'을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이날 레이스가 출발하던 때 기온은 섭씨 24.5도, 습도는 67%로 무더운 편은 아니었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날씨 속에서 레이스에 나서다 보니 경험이 적은 정진혁이 레이스 중반 이후 자유자재로 속도를 변화시키는 케냐 선수들의 페이스에 말렸다는 설명이다.

정 코치는 "날씨 탓만 할 수는 없지만 '선선한 곳에서 미리 훈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부상 등 돌발 변수 탓에 팀 구성이 어그러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지영준은 허벅지 부상에 시달리다가 '도핑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아예 대회 출전이 불발됐다.

정 코치는 "정진혁이 지영준을 많이 믿고 따랐다"면서 "경주에서 훈련하는 동안지영준이 와서 열흘 정도 훈련을 도와주기도 했다"며 아쉬워했다.

또 "장거리에 맞는 신체 조건을 지닌 아프리카 선수들과 기록 격차를 줄이려면 의학적으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일본에서도 40㎞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링거 주사를 맞는 장면을 봤는데 우리도 무조건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연맹 차원에서 관리할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내년 런던 올림픽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향해 다시 뛰겠다는 각오를 빼놓지 않았다.

황영조 위원장은 "앞으로 뛰어야 할 대회가 많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열심히 해 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만화 코치도 "올림픽을 앞두고 완전히 재정비해야 한다"면서 "힘의 마라톤에 앞서 훈련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고 했다.

정 코치는 "오늘 성적은 나빴지만 지영준과 정진혁, 황준현 등은 좋은 선수"라며 "안정된 환경에서 훈련하면 좋아질 수 있다"고 희망도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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