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女 7종경기, 마지막에 웃은 건 ‘만년 2인자’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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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체르노바, 女7종경기 깜짝 우승최강 에니스 2연패 저지

30일 대구스타디움. 여자 7종 경기 마지막 종목인 800m 3조 경기가 열렸다. 여자 7종 경기는 100m 허들, 200m, 800m, 멀리뛰기, 높이뛰기, 포환던지기, 창던지기로 구성돼 일명 ‘팔방미인’ 종목이라고 불린다.

여섯 종목까지 중간 순위는 타티야나 체르노바(23·러시아)가 1위를 달리고 있었다. 2위는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제시카 에니스(25·영국). 1위와 2위의 점수 차는 133점. 3위 제니퍼 외저(28·독일)는 에니스와 141점 차로 사실상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에니스는 체르노바와의 점수 차를 극복하기 위해 9초 이상을 앞서서 결승선을 통과해야만 했다. 그런 부담감 때문인지 에니스는 굳은 표정으로 스타트 라인에 섰다. 반면 체르노바는 자신이 있는 듯 관중에게 손을 흔들며 환한 웃음을 보냈다. 총성이 울리자마자 에니스는 맨 앞으로 치고 나갔다. 줄곧 앞자리를 고수하던 에니스는 500m를 지날 때쯤 지친 탓인지 속도가 느려졌다.

결승선을 앞두고 체르노바가 바짝 뒤쫓았다. 이미 폴란드의 카롤리나 티민스카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체르노바와 에니스의 우승 경쟁에는 상관이 없었다. 결국 에니스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곧바로 체르노바가 들어왔다. 에니스는 2분07초81, 체르노바는 2분08초04. 점수 차는 단 4점에 불과했다. 에니스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패배를 직감한 듯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곧 체르노바에게 다가가 우승을 축하해주며 포옹했다. 여자 7종 경기 여제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에니스는 여자 7종 경기의 세계챔피언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에니스의 우승을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08년 부상으로 1년을 쉬었지만 2009년 세계선수권 등 각종 국제대회를 휩쓸었다. 올해도 세계랭킹 1위를 고수했다. 하지만 에니스에 가려 줄곧 2인자였던 체르노바가 호시탐탐 여왕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 189cm, 65kg인 체르노바는 올 시즌 랭킹 2위로 7종 경기에 이상적인 체형으로 주니어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다.

체르노바는 29일 첫 경기인 100m 허들에서 1077점(6위)에 그치며 에니스(1133점·2위)에게 뒤졌다. 높이뛰기와 포환던지기, 200m에서 줄곧 에니스의 이름 아래였다. 하지만 30일 열린 세 경기에서는 달랐다. 멀리뛰기에서 체르노바(1043점·1위)는 처음으로 에니스(1010점·2위)를 앞섰다. 창던지기는 결정적이었다. 창던지기에서 에니스와 무려 251점 차로 벌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800m에서 재역전을 허용하지 않으며 합계 6880점으로 6751점을 기록한 에니스에게 129점을 앞서며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체르노바는 지난해 세계실내선수권 3위, 유럽선수권 4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결국 체르노바는 여제의 존재를 넘어 첫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에 한 발짝 다가섰다.

대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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