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뛰고 달리는 선수들 보니… 내 다리도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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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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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 때 대구 피란 93세 이정득 씨 母子

93세 노모 이정득 씨(왼쪽), 아내 이종남 씨(가운데)와 함께 28일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손영성 씨. 모자가 함께 대구를 찾은 건 61년 만이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93세 노모 이정득 씨(왼쪽), 아내 이종남 씨(가운데)와 함께 28일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손영성 씨. 모자가 함께 대구를 찾은 건 61년 만이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대구라고? 6·25 때 장사하며 피란생활을 하던 곳인데….”

아들의 차가 동대구 나들목을 통과하자 93세 노모는 눈시울을 붉혔다. 노환으로 평소 자유롭게 대화하기 힘들지만 이 순간만은 많은 말을 쏟아냈다. 6·25전쟁 이후 모자가 함께 대구를 찾은 건 61년 만이다. 본보가 홈플러스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오전 경기 보기 캠페인’ 이벤트 당첨자 이정득(93), 손영성 씨(61·전 진천 덕산중 교장) 얘기다.

모자에게 대구는 약속의 땅이다. 충북 청주에 살던 이 씨는 6·25 당시 대구로 가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전쟁 통에 헤어졌던 남편과 다시 상봉한 곳도 대구다. 이런 노모를 모시고 28일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손 씨는 “동아일보 덕에 어머니께 세계 최대의 육상 축제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을 드렸다. 이곳이 대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해했다.

어머니 이 씨는 지난해 2월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쳤다. 당시 병원에선 열흘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했지만 기적처럼 살아났다. 효자인 손 씨는 어머니를 전문 요양기관이 아닌 집으로 모셨다. 가족들의 지극 정성 덕에 지금은 휠체어를 타면 나들이도 문제없을 정도로 회복했다. 이날 동행한 며느리 이종남 씨(59·청주 덕성초 교사)는 “어머니는 배구, 농구, 프로레슬링 등 역동적인 스포츠 중계화면을 보시면 기운이 난다”며 “대구 조직위의 배려로 휠체어를 탄 어머니를 본부석 바로 앞 특별 장애인석에 모실 수 있었다”며 감사해했다.

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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