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 팬] 신인선수들, 실력보다 인성이 먼저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26일 07시 00분


25일 2012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가 열렸다. 해마다 드래프트가 열리는 날이면, 내가 처음 사회인이 되어 첫발을 내딛던 그 날을 떠올리게 된다. 모 방송사 사회부 수습기자가 되었을 때 세상의 모든 특종은 내 것 같았고 의기양양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을 상상하며 자못 우쭐했지만, 그곳에서 나를 기다린 것은 혹독한 ‘담금질’이었다. 사회 초년생의 책임과 의무, 기자가 겪기 쉬운 유혹과 세파를 이기는 방법을 지겹도록 배우고 익히던 기억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도 그 시절의 내가 그랬듯 어제 지명된 미래의 프로야구 선수들 역시 꿈과 긍지로 가슴 벅찰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면 그때의 나처럼 다소 치기 어린 오만에 젖어 있을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하다. 지명된 모든 선수가 프로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다. 같은 날 지명을 받았으므로 모두 동일한 출발 선상에 놓이게 되는 것 같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의 삶은 극명하게 달라질 것이다. 누군가는 일세를 풍미하는 스타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저 그런 선수로 남으며, 불행하게도 몇몇은 사생활로 인한 물의, 불상사로 인해 소리 소문 없이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지기도 한다.

과연 그들의 낙오 또는 도태를 오로지 그들 개인의 책임에 돌려야 할까? 야구 선수 뿐만 아니라 대체로 많은 학생들이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대학 또는 사회라는 출구를 만나면 각종 유혹에 견디지 못하고 일탈을 겪거나 나태에 빠지게 된다. 어쩌면 낙타가 바늘귀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운 ‘지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여 금전, 명예, 인기를 얻게 된 야구 선수들은 그런 세파에 더욱 취약하고 미진한 존재이리라. 그렇다면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 초년생으로서 응당 갖추어야 할 인성, 소양, 품행 교육일 것이다. 각 구단들이 데뷔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선수들로 하여금 팬을 대하는 자세, 공인의 책임, 프로 의식 등을 배우고 익히게 한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선수들을 도박, 음주운전, 이성 문제 등으로 인해 어이없이 떠나보내는 일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부디 어제 지명된 선수들 전원이 지금의 초심을 잊지 말기를, 그래서 먼 훗날에도 모두 그라운드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설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여성 열혈 야구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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