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SK에선 그저 숫자일 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8일 07시 00분


베테랑들 힘 써야할 때 알고 전력투구
형님의 솔선수범 동생들도 정신무장
김성근 감독 “내가 할 것이 없을 정도”

주전 고령화에도 상승세 왜?

“요즘 저희 경기 하면 전광판 한번 보세요.” SK의 어느 선수가 7일 문학 KIA전을 앞두고 한 말이다. 부상자가 많아서 1.5군급 라인업을 꾸린다는 하소연을 하려는 게 아니다. 어투 속에는 어떤 뿌듯함마저 배어 있었다. 이 멤버로도 이기고 있다는 무언의 자신감이다.

SK가 4연승에 성공한 6일 KIA전 출장선수를 살펴보자. 24세인 3루수 최정을 제외하면 평균 연령이 30대를 훌쩍 넘어간다. 김강민이 29세, 허웅이 28세로 30대에 살짝 못 미칠 뿐이다. 박진만이 35세, 안치용이 32세, 이호준이 35세, 최동수가 40세, 권용관이 35세로 5명이 ‘고령자’들이다.

놀라운 대목은 ‘초고령화’한 SK가 비록 7일 경기에선 패했으나 LG∼KIA와의 6연전에서 4승2패로 잇달아 위닝 시리즈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현상이 마냥 경이로움일까.

○베테랑의 힘!


2번 박진만, 3번 안치용, 5번 이호준, 6번 최동수, 8번 권용관, 9번 허웅, 그리고 선발 엄정욱. 개막전 라인업과 비교하면 지금 SK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4번 최정을 제외한 전원이 유니폼만 그대로고 다 갈아 끼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이 팀은 정상일 수가 없다. 주력 선수들이 집단 부상이나 동반 부진을 겪고 있어서 생긴 피치 못할 변화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SK의 무서움은 이런 비정상적 상황에서 비정상적 힘을 낼 줄 안다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금이 베테랑이 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베테랑은 1년 내내 야구를 잘하기 힘들다. 그러나 1주일이나 한 달이라면 야구를 아주 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하면 힘을 줘야 할 때를 알고 야구를 해서 자기가치를 극대화하는 감각과 능력이 있는데 SK 베테랑들은 그 시점을 바로 지금으로 잡고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솔선수범 효과까지!

베테랑이 나서면 또 하나의 부수효과는 중견급 이하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게 된다는 사실이다. 솔선수범 효과다. 현재 정상전력이 아닌 3위인데도 SK 벤치가 그 어느 때보다 활기 찬 이유도 그래서다. 김성근 감독이 “내가 할 것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이제 9월로 접어들면 SK는 ‘또 다른 팀’으로 다시 한번 변신한다. 주력 선수들이 하나 둘 복귀하고, 불펜진이 재정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를 다들 껄끄러워하는 이유다.

문학 | 김영준 기자 (트위터@matsri21)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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