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양이 컸다한들 ‘태산’ 박태환 앞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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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22·단국대)은 쑨양(20·중국)의 우상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수영 자유형 남자 400m에서 동양인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의 모습은 쑨양에게 충격을 줬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했던 쑨양은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나는 여덟 살 때 수영을 시작했지만 그다지 재능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박태환에게 큰 자극을 받은 게 나를 수영에 전념하게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광저우에서 박태환과 쑨양은 200m, 400m, 1500m 3종목에서 맞붙어 금,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박태환이 200m, 400m에서, 쑨양은 1500m에서 우승했다.

쑨양은 광저우 아시아경기 400m에서 3분42초47 만에 터치패드를 찍었지만 3분41초53을 기록한 박태환을 앞서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박태환에게 큰 실력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차이를 따라잡으려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새 장린(24)을 제치고 중국 수영의 간판으로 떠오른 쑨양은 자신의 말을 기록으로 입증했다. 그는 4월 중국춘계선수권대회에서 3분41초48로 1위를 차지했다. 박태환이 광저우에서 세운 개인 최고 기록보다도 0.05초 앞서는 올 시즌 세계 최고 기록이었다. 경기 뒤 쑨양은 “박태환과 비교했을 때 나의 장점은 나이”라면서 지난해와 달리 자신감을 보였다. 중국 언론도 쑨양이 박태환을 넘어섰다며 흥분했다. 스피드와 지구력을 고루 갖춘 데다 신체조건(198cm, 79kg)에서도 박태환(183cm, 74kg)을 앞서는 쑨양이 자신의 주 종목인 1500m는 물론이고 400m에서도 박태환을 제치고 아시아 정상에 설 것이라는 기대가 쏟아졌다.

박태환이 이를 모를 리 없지만 그는 의연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상하이에 입성한 뒤 취재진이 둘의 대결에 대해 물으면 “쑨양은 나와 만나는 것에 기대를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와의 대결을 위해 참가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훈련한 성과를 내고 싶을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쑨양은 24일 예선을 1위로 통과해 4번 레인을 배정 받았다. 박태환은 7위로 1번 레인에 섰다. 그러나 예선은 예선일 뿐이었다. 시작부터 앞서나간 박태환은 레이스 중반 잠시 4위로 떨어졌지만 금세 선두를 탈환한 뒤 마지막까지 유지했다. 쑨양에게는 한순간도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쑨양이 뒤늦게 스퍼트를 했지만 따라잡기엔 너무 멀었다.

완벽한 승리. 쑨양은 훌쩍 컸지만 박태환은 여전히 그가 넘을 수 없는 거인이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금메달 박태환 “기록 못 깨 아쉽지만 올림픽 전 좋은 경험”▼
은메달 쑨양 “朴, 초반 굉장히 빨라 도저히 못 따라잡아”


“기록을 깨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경험을 했다.”

박태환은 2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유형 남자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비교적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박태환은 오전에 열린 예선에서 전체 7위에 머물러 결선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1번 레인에서 경기에 나섰다. 박태환이 국제무대에서 1번 레인을 배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태환은 “7명이 모두 월등한 선수라 걱정했다. 더구나 1번 레인을 배정받고는 솔직히 아찔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침에 몸 상태가 그리 완벽하지 않았다”는 그는 “1번 레인에서는 경쟁자들을 견제하기가 쉽지 않아 특별한 전략이 필요 없었다. 혼자 페이스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원래 전략은 예선 1위에게 돌아가는 4번 레인을 피해 2, 3번 또는 6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솔직히 세계기록 욕심을 냈다. 하지만 긴장해서 상대 선수들을 보지도 않고 경기를 했다”며 “세계기록은 가까운 대회에서 깨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박태환에게 금메달을 내준 쑨양은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다”라며 실망스러워하면서도 “박태환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쑨양은 “박태환은 초반 200m에서 굉장히 빨랐고 따라잡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초반 200m에서는 박태환이 빠르고 후반 200m에서는 내가 빠르다. 그러나 박태환이 1번 레인에 있어서 다른 경쟁자들이 초반부터 견제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1번 레인을 배정받은 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얘기다.

동메달을 딴 파울 비더만은 “초반 200m 레이스를 마친 뒤 박태환이 우승할 줄 알았다. 그래서 이후에는 단지 쑨양과의 경쟁에만 신경 썼다”고 말했다.

상하이=스포츠동아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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