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투수학 개론] “움직이면 쏜다”…장원준 견제신공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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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7시 00분


롯데 장원준은 견제능력이 뛰어난 투수로 평가받는다. 자유족인 오른발을 들어올린 뒤 주자가 스타트를 하면 1루 견제를 하고, 주자의 움직임이 없으면 투구를 하는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은 장원준의 1루견제 연속동작. 사직|박화용 기자 (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

롯데 장원준은 견제능력이 뛰어난 투수로 평가받는다. 자유족인 오른발을 들어올린 뒤 주자가 스타트를 하면 1루 견제를 하고, 주자의 움직임이 없으면 투구를 하는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은 장원준의 1루견제 연속동작. 사직|박화용 기자 (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

주자 뛰면 견제, 안뛰면 투구…자유자재 전환
몸에 밴 도루 사전저지 능력, 반복훈련의 결실
투구-견제 구분 안되게 동일한 팔동작 익혀야


이번에는 거의 모든 투수들이 소홀히 할 수 있는 견제동작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보통 투수라고 하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투수가 해야 할 일들은 생각보다 많다. 지난주에 보여줬던 ‘번트수비(Bunt Defence)’나 1루 베이스커버 등은 쉽고 간단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동작이라고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투수라면 필수적인 기본기다. 또한 최근에는 투수의 보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올시즌은 예년과 달리 보크 동작에 대한 심판들의 판정이 엄격해졌다. 아마추어 선수나 학생 선수들도 이런 기본기를 확실히 이해하여 몸에 익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야구는 확실히 바뀌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스피드가 향상됐고, 도루를 하려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이런 추세들 때문에 새로운 공격루트가 만들어졌다. 한 단계 높아진 주자(베이스 러너)들의 도루능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투수들은 투구를 해야하는 것 외에 주자도 막아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도루를 막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피치아웃(Pitch out·공을 미리 빼고 포수에게 도루저지를 하게 하는 방법), 퀵모션(Quick motion·투수가 빠른 동작으로 공을 던져 주자의 스타트를 막아주는 방법) 등을 사용해 주자를 묶거나 도루허용을 줄여야만 투수는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그림 1> 주자의 스타트를 막기 위한 방법 중 한 가지는 셋포지션(Set Position)에서 스트라이드(Stride)를 할 때 동작을 반 정도로 줄이거나, 미끄러지듯 발을 들지 않고 던지는 동작(slightly Flex)을 취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처음 셋업(set up)시 두 발의 위치가 위의 그림처럼 앞발이 약간 열려있는 자세가 좋다. 이렇게 앞발을 약간 열어놓으면 엉덩이와 어깨도 쉽게 1루 쪽으로 회전시킬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주자의 움직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1루로 견제를 할 때도 좀 더 빨리 회전이 돼 빠른 1루 송구가 가능하다.

<그림 2> 오른손 투수가 1루로 견제하기 위해 회전할 때 발의 위치.(거의 동시에 두 발이 돌아야하지만, 두 발이 지면을 밟을 때는 ①번 ②번 순서대로 약간의 시차를 두고 던져야 안정적인 송구를 할 수 있다)

<그림 3> 1루로 견제구를 던질 때 발의 위치 변화에 의해 허리나 어깨를 빨리 회전시키게 된다. 그런데 팔 동작이 평소 투구하는 느낌으로 던지게 되면 역시 상하의 균형이 맞지 않아 악송구가 나올 수도 있다. 그림B처럼 발과 몸은 회전되어 있는데, 팔은 아직 던질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림A처럼 몸통이 회전돼 있는 상태에서 팔로 짧게 회전시켜 던질 준비를 확실히 하고 있어야 한다. 1루까지의 거리가 짧기 때문에 작은 동작으로도 빠르고 정확한 송구를 할 수 있다.

<그림 4> 그림의 a는 1루쪽으로 향한 발끝이 바깥으로 열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발끝이 열리면 분명히 무릎도 열려있을 것이다. 이렇게 무릎과 발끝이 열리게 되면 투수가 견제를 해야할 베이스로 발이 움직이고 향해야한다는 원칙에 벗어나기 때문에 보크를 지적 당하게 될 것이다. 그림처럼 45도 각도 안과 밖의 차이를 확실히 구분한다기보다는 이 정도의 각도 안에서 발이 움직여질 때에만 정확한 견제동작이 이뤄질 수 있다. 그림의 b처럼 정확하게 1루 쪽으로 앞발과 몸통이 향해야 정확한 견제가 될 것이다.

<그림 5> 왼손투수는 1루주자를 묶는데 더 쉬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좌투수는 투구를 할 때와 똑같은 동작에서 중간지점 발이 1루로 향하면서 1루견제를 하면 주자의 스타트를 묶어둘 수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그림 6> 어린 왼손투수는 1루 견제를 할 때 빠르게 던지기 위해 짧은 팔동작을 만들려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짧은 팔동작은 1루 송구를 쉽고 빠르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팔동작의 변화는 주자들이 분명히 투구냐, 견제냐를 알아차리게 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소한 양팔이 떨어질 때까지는 주자가 투수의 동작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한다. 즉, 좌완투수는 발을 든 다음에 두 팔이 분리되면서 던지는 팔이 떨어졌다가 위로 올라갈 때까지는 항상 일정한 동작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좌완투수는 셋업 포지션을 하면서, 그리고 주자의 움직임을 보고서 견제를 하겠다와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한 투구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의 장원준 선수는 발을 들어올리면서 주자가 스타트를 하면 1루 견제를 하고, 움직임이 없으면 투구를 하는 정말 특별한 견제능력이 있는 선수다. 어릴 때부터 이런 훈련을 한다면 가장 완벽한 견제를 하는 좌완투수가 될 것이다.

전 롯데 감독·고려대 체육교육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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