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스포츠 외톨이’ 제주, 92년 만에 설움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내년 전국동계체전 사상 처음 참가대한항공 빙상팀, 제주대표로 출전, 이승훈-모태범 있어 빙속 새 강자로

제주도가 전국동계체육대회에 사상 처음으로 참가한다.

대한항공은 14일 “빙상팀 연고지를 제주로 결정했다. 제주 대표로서 내년 2월 열리는 전국동계체육대회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동계체전은 대한체육회가 창립된 1920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내년이면 93회째를 맞이한다. 자료가 남아 있는 1946년 대회 이후 제주는 한 번도 동계체전에 참가한 적이 없다. 그 전에도 없었을 것이란 게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의 추론이다.

제주는 날씨가 따뜻한 관계로 지금까지 겨울스포츠의 불모지였다. 겨울에 가뭄에 콩 나듯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저수지 등에서 썰매를 즐기는 수준이었다. 빙상장이 한 개도 없는 도는 제주가 유일하다.

대한항공 빙상팀은 3월에 창단됐다. 실업팀으로는 국내 처음이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승훈(23)과 모태범(22)이 합류했다. 이들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일반부에 출전하게 된다면 최대 4개까지 금메달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주는 단번에 중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제주를 연고지로 삼은 이유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와 관련이 깊다.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위원장이기도 하다. 빙상팀이 실업팀으로 국내 처음으로 창단하는 데에도 조 회장의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빙상팀의 연고지로 많은 지역을 알아봤다”며 “평창 겨울올림픽과 국내 겨울스포츠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주를 연고지로 택했다”고 말했다.

프로배구와 탁구단도 운영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탁구단의 연고지도 제주이다. 이번 유치에는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유치 노력도 한몫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원래 인천 등으로 연고지를 정하려고 했지만 우 지사가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섰다. 빙상팀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빙상팀이 제주 대표로 나서지만 훈련은 다른 지역에서 해야 한다. 제주에 실내빙상장이 없기 때문이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인 모태범과 이승훈은 대부분 태릉빙상장과 해외에서 훈련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훈은 “앞으로 제주 대표로서 동계체전에서 열심히 뛰겠다”며 “겨울스포츠 불모지인 제주에 빙상 붐을 일으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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