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로 기자의 시크릿 필드] 히메네스 롱런은 시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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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4일 07시 00분


히메네스가 지난 29일 발렌타인챔피언십 2라운드를 마치고 열린 기자회견 도중 시가를 피우고 있다. 사진제공 | 발렌타인챔피언십조직위원회
히메네스가 지난 29일 발렌타인챔피언십 2라운드를 마치고 열린 기자회견 도중 시가를 피우고 있다. 사진제공 | 발렌타인챔피언십조직위원회
발렌타인 챔피언십은 끝났지만 ‘필드의 돈키호테’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가 남긴 여운은 아직도 진하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 히메네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시가다. 필드에서 시가를 물고 있는 모습을 보면 방탕함보다는 마초적이고 낭만적인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시가를 처음 피운 건 11년 전. 그는 “19세 때부터 담배를 피웠지만 11년 전 시가를 배우고 나서는 담배를 끊었다”고 했다. 나름의 철칙도 있다. 시가는 쿠바산만 피운다. 단, 경기 중에는 절대 피우지 않는다. 연습라운드 또는 경기 전후에만 피운다. 시가 외에도 에스프레소를 즐기고 이따금 위스키와 와인을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굉장한 스피드 광으로도 유명하다.

희한한 건 이 모든 게 골프와 상관없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는 골프만큼 시가와 커피, 와인을 좋아한다. 이유는 분명했다.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

히메네스는 4월29일 발렌타인 챔피언십 2라운드 경기 후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게 중요하다. 더욱이 골프는 좋아해서 하는 것이니 더 즐겁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골프를 사랑해서 골프가 즐겁고, 항상 즐겁게 플레이하기 때문에 성적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형식도 갖추지 않고 자유롭게 대화했다. 특히 시가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즉석에서 시가를 꺼내 앞부분을 싹둑 잘라 입에 물고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딱딱한 기자회견마저 즐기는 히메네스다.

히메네스의 나이는 올해로 마흔 일곱. 전성기를 넘어 은퇴를 준비해야 할 시기지만 그는 세계랭킹 1위를 위협할 정도다. 300야드의 장타도 없고 칼날 같은 퍼트도 없지만 그에겐 다른 누구에게도 없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여유가 있다. 그것이 바로 베테랑 히메네스의 롱런 비결이다.

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
사진제공 | 발렌타인챔피언십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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