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프로야구]선수의 입과 발… “훈련 도우미도 내 몫”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 日프로야구 한국인 스타들 돕는 통역들의 세계

“배팅볼 갑니다” 오릭스 이승엽의 통역 정창용 씨(왼쪽)가 14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안방경기를 앞두고 이승엽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오사카=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배팅볼 갑니다” 오릭스 이승엽의 통역 정창용 씨(왼쪽)가 14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안방경기를 앞두고 이승엽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오사카=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통역만 하는 게 아니다. 선수가 움직이는 곳이면 화장실까지 따라다닌다. 때로는 야식을 만들거나 운전을 하기도 한다. 훈련도우미도 해야 한다. 선수의 안색을 살펴 섭외 요청을 취사선택하는 센스는 기본이다.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꿰뚫고 있는 통역원들의 얘기다.

오릭스 이승엽과 통역 정창용 씨는 2006년부터 동고동락한 사이다. 정 씨는 경기 전 토스 배팅부터 귀가할 때 운전까지 하루를 책임진다. 정 씨는 “이승엽이 이적할 때 당연히 나도 가는 걸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존재다.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친구처럼 편하다”고 화답했다.

정 씨는 부산고와 동국대에서 투수를 했다. 대학 때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선수의 꿈은 접었지만 이승엽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는다고 했다. 가끔 이승엽의 동료 박찬호의 통역을 하기도 한다.

지바 롯데 김태균의 통역 김영롱 씨도 2년째 김태균의 입노릇을 하고 있다. 김태균 홈페이지의 일본어 번역을 하고 현지 인터뷰와 일정을 챙긴다. 김태균의 집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무료할 때 야구 축구게임 파트너도 한다. 김 씨는 “태균이 형이 좋은 컨디션에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기분을 맞추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일본은 모든 게 낯설지만 영롱이 덕분에 적응하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김 씨는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한국에 왔다. 야구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를 하기엔 프로의 문은 높았다. LG에서 잠시 불펜포수를 한 게 전부였다. 2007년부터 3년간 SK에서 통역을 하다 김태균에게 무작정 연락을 해 인연을 맺었다.

라쿠텐 김병현의 통역 김명환 씨는 최대한 말을 아낀다. 그는 “선수의 성격에 맞추는 게 통역의 역할”이라며 “김병현 선수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나 역시 대외적인 발언을 자제한다”고 전했다.

오사카=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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