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 축구 대전 “오기는 우리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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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3위… 스타 없다… 전용 숙소-훈련장도 없다… 그런데 10년만에 K리그 깜짝선두로

스타플레이어도 없고 훈련 환경도 열악해 꼴찌 후보였던 대전이 호화 구단들을 제치고 10년 만에 정규 시즌 선두에 올라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민구단 대전은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에 비해 선수들의 몸값도 적다. 대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각 구단이 연봉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힘들다. 그러나 일부 구단의 경우 선수 연봉만 100억 원이 넘는다고 들었다. 우리 구단의 전체 연봉은 25억 원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 뛰고 또 뛰고 先수비 후 기습공격

대전은 훈련 여건도 열악하다. 선수단 전용 숙소가 없다. 모 건설회사에서 사용하던 직업훈련소 건물을 빌려 숙소로 사용해왔다. 전용 훈련장도 없어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매주 2회는 대전월드컵경기장, 다른 날은 대학 운동장이나 하수종말처리장 인근 잔디구장에서 훈련해왔다.

대전 왕선재 감독은 “아무래도 잔디에서 연습하면 다르다. 볼 속도는 물론이고 터치와 컨트롤 등에서 감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왕 감독은 3일 강원과의 경기를 앞두고 잔디구장을 찾아 경기 이틀 전 강릉으로 떠났다. 평소보다 하루 더 방문지에서 머물며 훈련했다. 호텔 방 15개 등 하루 숙박비와 식비 등으로 400만 원 이상 들기 때문에 하루라도 더 타지에 머물면 구단 살림에 주름이 잡히지만 승리를 위한 고육책이었다. 대전은 강원을 3-0으로 완파하며 3승 1무를 기록했다.

○ 꼴찌 예상 비웃고 3승1무 질주

대전은 올 시즌 수비에서 스리백을 주로 쓰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포백을 주로 썼다. 스리백은 좌우 미드필더가 수시로 수비에 가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파이브백으로 전환하기 용이하다. 여기에 백전노장 골키퍼 최은성이 수비진을 리드하며 철벽 수비를 구축했다.

대전은 지난 시즌 13위에 머문 뒤 우승제(수원) 등 주축 선수들이 이적해 더 힘든 시즌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까진 해법을 잘 찾았다.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대신에 선수단 전체의 조직력 강화에 힘썼다. 과거에는 1군만 해외 전훈에 참가했는데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1, 2군이 함께 중국 광저우에 다녀왔다. 선수를 한 명이라도 더 발굴해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왕 감독은 “선수들이 두 배로 뛰고 있다”고 했다. 장기 레이스에서도 이 같은 체력과 투지를 유지하는 것이 과제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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