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키에 곱상한 얼굴의 한 사내가 단상에 섰다. 40대인 그는 자신을 ‘베이스볼 키드’라고 했다.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 승인식이 열린 31일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 엔씨소프트 대표인 김택진 구단주(44·사진)의 야구에 대한 꿈은 어릴 적 봤던 ‘거인의 별’에서 시작됐다. 아버지가 아들을 명투수로 만드는 과정을 다룬 만화. 몸에 스프링을 달고 다니는 소년은 쏜살같이 지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선구안을 길렀다. 그는 만화 주인공처럼 되고 싶었다. 모래주머니를 팔 다리에 차고 학교를 다녔다. 작은 체격 탓에 공이 빠르지 않아 서점에서 야구 이론서를 보며 커브를 익혔다.
고교에 입학해서는 프로야구에 빠져들었다. 그의 영웅은 롯데 최동원이었다. 혼자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챙기는 장면을 잊을 수 없었다. “이 세상에 영웅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느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면서 글러브 대신 컴퓨터를 선택했다. 하지만 야구는 언제나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존재였다. 외환위기 당시 메이저리그의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보며 용기를 얻었다. 그는 김인식 2009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대한 도전’을 하는 모습을 본 뒤 야구단을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올해 1월 회사 신년회에서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오프라인에서 즐거움을 찾아보자”고.
김 구단주는 “야구는 내 맘대로 즐길 수 있는 드라마이자 삶의 지혜서”라고 했다. 그는 행사장 벽에 걸린 ‘한국 프로야구의 아홉 번째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는 문구처럼 새로운 열정으로 즐거운 야구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9구단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역할을 할 겁니다.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야구단을 만들겠습니다.”
김 구단주에게 영웅이었던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을 코칭스태프로 생각하고 있느냐고 묻자 “노코멘트. 나중에 따로 말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그는 9구단의 모기업인 엔씨소프트에서도 야구와의 접목을 시도할 생각이다. 디지털 세계에서도 한국 야구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할 예정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야구팬과의 소통을 통해 열린 구단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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