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전창진 감독… 명문팀 박차고 나왔다, 꼴찌를 1등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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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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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 이끈 전창진 감독

창단 7년 만에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T 선수단이 모자를 공중으로 던지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전창진 감독(앞줄 오른쪽에서 3번째)은 유재학 감독(모비스)과 함께 정규시즌 최다 우승(4회) 사령탑이 됐다. KT 제공
창단 7년 만에 첫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T 선수단이 모자를 공중으로 던지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전창진 감독(앞줄 오른쪽에서 3번째)은 유재학 감독(모비스)과 함께 정규시즌 최다 우승(4회) 사령탑이 됐다. KT 제공
‘우승 청부사’ 전창진 감독이 KT에 창단 후 첫 정규시즌 1위의 감격을 안겼다. 전 감독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 어느 때 우승보다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며 눈물을 보였다. 전 감독은 유재학 모비스 감독과 함께 정규시즌 최다 우승(4회) 사령탑이 됐다.

우승 매직넘버 2에서 13일 동부와의 원주 방문경기에 나선 KT는 87-67로 완승을 거둬 39승 13패가 됐다. 이어 전자랜드가 모비스에 72-75로 발목을 잡혀 37승 15패가 되면서 KT의 매직넘버는 사라져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1위가 확정됐다. 코리아텐더를 인수해 2003∼2004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한 KT(KTF 시절 포함)의 정규시즌 첫 정상 등극이다.

전 감독은 2008∼2009시즌까지 6년간 동부와 그 전신인 TG삼보 사령탑을 맡아 정규시즌 1위를 세 번 차지했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다섯 차례나 이끈 자타가 공인하는 명장이다. 그러나 그는 동부의 재계약 요청을 뿌리치고 홀연히 떠났다. “선수를 잘 만나 우승을 많이 하는 운장(운이 좋은 장수)이라는 일부의 평가가 듣기 싫어서”였다. 그리고 그가 택한 팀은 2008∼2009시즌 꼴찌 KT였다. 특출한 스타 선수가 없는 꼴찌 팀을 맡아 정상에 올려놓고야 말겠다는 승부사다운 오기가 발동했다.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며 주변에서는 모두 말렸다. 하지만 독기를 품고 동부를 떠났던 그는 이날 동부의 안방 원주에서 꿈을 이룬 뒤 “한없이 기쁘다. 원주와의 인연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우승을 못해본 팀이라 그 열망이 더 간절했다. 선수들에게 우승의 경험을 안긴 게 무엇보다 기쁘다.” 그는 지난 시즌에는 모비스를 쫓아가는 입장이었지만 올 시즌에는 전자랜드에 쫓기는 신세여서 스트레스가 훨씬 심했다. KT는 지난해 모비스와 동률을 이뤘지만 맞대결 골 득실차에서 뒤져 1위를 내줬다.

전 감독은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어서 그런지 쫓기는 입장이 되니 긴장을 많이 해 실수가 잦았다”며 시즌 막판 전자랜드와의 선두 경쟁이 힘겨웠음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든 훈련을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묵묵히 따라준 선수들이 대견하고 고맙다”며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1위를 확정했으니 이제 좀 느긋해졌을까. “한 시즌 최다승이 40승입니다. 남은 두경기를 마저 이겨 새 기록(41승)을 세우고 싶습니다.” 그의 욕심은 끝이 없다. 플레이오프 승률 0.623으로 최인선 전 SK 감독(0.630)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는 전 감독은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통합 우승과 함께 승률 1위 감독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원주=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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