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프로스포츠 각 구단 연고 도시들 역대 성적 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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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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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서울-부산 머쓱 … ‘다윗’ 원주-천안 으쓱

프로 사령탑들은 “우승은 하늘이 점지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프로야구 삼성 김응용 고문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다. 김 고문은 해태 시절 9번, 삼성 시절 1번 등 모두 10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사정이 이러니 “지장(智將)도 좋고 맹장(猛將)도 좋다. 하지만 복장(福將)은 따라갈 수 없다”는 부러움 섞인 말이 나오기도 한다. 스포츠계에서 흔히 쓰이는 ‘운칠기삼(運七技三·운이 7할, 실력이 3할을 좌우한다)’이란 말도 같은 맥락이다.

각 구단의 연고 도시도 마찬가지다. 복 받은 도시가 있는가 하면 비운의 도시도 있다. 역대 성적을 바탕으로 4대 프로 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 연고 도시들의 희비를 조명해 봤다.

○ 비운의 도시, 부산


“이제 부산에서도 우승팀이 한번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창진 프로농구 KT 감독이 얼마 전 양승호 프로야구 롯데 감독, 안익수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스포츠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열기에 비해 부산 연고 프로팀들은 2000년대 한 번도 우승과 인연을 맺은 적이 없다.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 기아가 우승한 게 마지막이다.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롯데는 지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으나 모두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아이파크는 2005년 4위에 올랐을 뿐 최근엔 만년 하위권이다.

전 감독이 이끄는 KT가 지난해 정규시즌 2위에 이어 올 시즌 1위를 질주하며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게 위안거리다. 양 감독이 이끄는 롯데도 올 시즌 탄탄한 전력을 갖춰 1992년 이후 근 20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 이름값 못하는 서울

서울은 우리나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지만 스포츠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두산과 LG는 서울에서 지난해까지 각각 2번씩 우승했지만 모두 2001년 이전의 일이다. 그나마 두산은 2001년 우승 이후 거의 매년 포스트시즌에 꾸준히 진출하고 있지만 LG는 역대 최장인 8시즌 연속 가을잔치에도 나가지 못했다.

2001년 서울에 입성한 프로농구 삼성과 SK 역시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삼성이 2006년 우승한 게 유일한 우승이었다. 2009년부터 리그에 참가한 프로배구 우리캐피탈은 신생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들어 보인다.

프로축구 FC 서울만이 체면치레를 했다. 서울은 지난해 프로스포츠 한 경기 최다 관중 신기록(6만747명)과 K리그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54만6397명)을 세웠고, 컵 대회와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까지 제패했다.

○ 중소도시의 분전, 원주와 천안

대도시에서도 정착이 쉽지 않은 프로 스포츠지만 인구가 많지 않은 강원 원주와 충남 천안은 틈새시장을 잘 공략했다. 원주와 천안은 각각 대표적인 농구와 배구 도시로 성장했다.

이들 팀이 경기를 할 때면 구장이 관중으로 꽉꽉 찬다. 성적도 좋아 원주를 연고로 했던 프로농구 TG는 6시즌 동안 2번 우승했고, 동부는 2008년 우승했다. 천안의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은 6시즌 동안 우승 2차례와 준우승 4차례를 차지했다.

광주와 대전은 각각 야구와 배구로 특화된 도시다. 광주 연고의 프로야구 KIA는 해태 시절을 포함해 10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대전 삼성화재도 4번이나 우승했다.

성적과 팬 관심도가 거꾸로 가는 경우도 있다. 프로축구 성남 일화는 모두 7차례나 우승했지만 팬들이 그에 비례한 만큼 많지는 않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프로야구 현대도 수원에서 3차례나 우승했지만 포스트시즌 때도 빈 좌석이 적지 않았다. 반면 창원 연고의 프로농구 LG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지만 창단 이후 지난해까지 9차례나 홈 관중 1위를 차지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에선… 시애틀 ‘비운의 도시’▼

농구 - 미식축구 -야구 총 36회 PO 도전… 1979년 농구서 단 1회 정상에

프로 스포츠의 천국 미국에선 시애틀이 가장 비운의 도시로 꼽혔다.

1일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북미 4대 프로 스포츠(미식축구,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연고지 가운데 플레이오프에서 많은 실패를 맛본 도시를 조사한 결과 시애틀이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시애틀은 농구 슈퍼소닉스가 22번, 미식축구 시호크스가 11번, 야구 매리너스가 3번 플레이오프 문을 두드렸다. 이 가운데 우승을 차지한 건 단 한 차례. 1979년 슈퍼소닉스가 유일했다. 2001년 매리너스는 정규 시즌 116승 46패를 기록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뉴욕 양키스에 무기력하게 패했고, 1994년 슈퍼소닉스는 1번 시드를 받고 플레이오프에서 8번 시드 팀에 패하는 등 시애틀 연고 팀들은 유독 큰 경기에 약했다.

시애틀 다음으로 비운의 도시로 꼽힌 곳은 애틀랜타. 야구 브레이브스는 1991∼2004년 매년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1995년 한 차례 우승에 그쳤다. 1999년엔 미식축구 팰컨스가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고, 농구 호크스 역시 번번이 플레이오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야구 다이아몬드백스, 농구 피닉스 선스, 미식축구 애리조나 카디널스 등이 속한 피닉스는 비운의 도시 3위를 차지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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