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물탐구] 김재환, 야구유랑 끝‥이젠 두산 안방마님이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3월 2일 07시 00분


두산 신예포수 김재환 의 당찬 각오

학창시절 야구하기 위해 가족과 떨어져
방랑 싫어 관뒀지만 운명처럼 다시 시작
상무제대 후 두산 주전포수 향한 구슬땀
연습경기 쾅쾅!…올시즌 1군 꼭 꿰찬다

두산 김재환. 사진제공=두산베어스
두산 김재환. 사진제공=두산베어스
두산은 내·외야뿐 아니라 포수전쟁도 치열하다. 2010년 신인왕 양의지부터 노련한 볼배합의 용덕한, 타격이 좋고 경험이 많은 최승환까지 불꽃 튀는 3파전이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선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상무에서 제대해 첫 시즌을 맞는 김재환(23)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2군 북부리그에서 타율 0.316·21홈런·101타점을 기록하며 또다른 거포 포수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2011시즌 스프링캠프에서는 프로 데뷔 첫 만루홈런포(2월 20일 일본 야쿠르트 2군전)를 쏘아 올리더니 26일 소프트뱅크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도 결승솔로홈런포를 터트리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주전경쟁은 지금부터다.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새 시즌 담금질을 마친 그는 “쟁쟁한 선배들이 많지만 자신 있다”며 “수비나 볼배합 등 모자란 부분을 보완해 꼭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 유랑생활

아직 스물네 살이지만 김재환의 야구인생은 험난했다. 그는 강원도 속초 영랑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 야구부의 권유로 야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군인인 아버지가 강릉의 한 부대로 발령이 나고 말았다.

가족이 모두 아버지의 근무지로 이사했지만 그는 홀로 시골에 있는 이모집에 남았다. 반대하는 부모님을 어렵게 설득해 시작한 야구를 쉽사리 그만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모집에서 학교까지는 무려 1시간 거리. 매일 같이 왕복 2시간 거리를 감수하고 통학을 했다. 하지만 이모집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이후 선배집, 외숙모집 등 거처를 옮겨 다녔다.

“나 이제 야구하기 싫어. 그냥 집에서 엄마, 아빠랑 함께 살면 안돼?” 2년간의 유랑생활에 지친 그는 용기를 내 부모님에게 전화를 했다. 그때 나이 열세 살(초등학교 6학년). 부모님과 떨어져 여기저기 눈칫밥을 먹으며 살아가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결국 어렵게 해왔던 야구를 그만뒀다. 가족이 있는 강릉으로 넘어가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했다.

○중학교 때 다시 찾아온 야구

하지만 이번에는 ‘야구’가 김재환을 붙잡았다. 당시 인근 중학교 스카우트가 신체조건이 출중하고 어깨가 강한 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이미 다른 길을 가기로 마음을 먹은 그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다시 한 번 야구의 길로 인도했다.

그도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 야구를 거부하지 못했다. 그러나 야구공을 잡는 순간, 잠시 중단됐던 유랑생활이 또 다시 시작됐다. 전학을 간 새 중학교에는 다행히 기숙사가 있었지만 밥을 하다가 대형밥솥에 머리카락을 태우는 등 힘겹게 홀로서기를 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강원도에서 인천으로 스카우트됐다. 상인천중학교 3학년 말부터 인천고등학교 1학년까지 1년간 주중에는 학교 기숙사, 주말에는 친구집을 전전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긴 유랑생활 끝…내 야구인생은 지금부터

끝날 것 같지 않던 방랑생활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종지부를 찍었다. 어머니와 동생이 그가 있는 인천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드디어 남의 집살이를 졸업했다. 오래 떨어져있던 아버지도 의정부의 한 부대로 이동해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살게 됐다.

2008년 연고지였던 SK가 아닌 두산에 지명돼 출퇴근 시간이 만만치 않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지금이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게다가 지난해 군 문제도 해결하면서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 그의 앞에 놓여졌다.

김재환은 “어릴 때부터 (야구 때문에)많이 헤매고 다녔다”며 웃고는 “군 제대 직후 참가한 마무리훈련에서도 적응이 어려웠는데 강인권 (배터리)코치님과 3∼4시간 포수훈련만 하면서 감각을 되찾았다. 스프링캠프에서도 훈련은 힘들지만 진짜 내가 서있을 무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대 후 오로지 목표는 1군에 남는 것이다. LG 한화 롯데 SK를 제외하고는 붙박이 포수가 없지 않나. 우리 팀에 (양)의지 형이 있지만 기회가 온다면 놓치고 싶지 않다”고 당차게 포부를 전했다.

1군 경험이 적다는 핸디캡에 대해서는 “상무에 있을 때 박경완(SK) 선배님이 큰 경기에서 어떻게 투수를 리드하는지 어떤 볼배합을 하는지 열심히 관찰하고 연구했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잘할 자신은 있다.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기회가 오는 게 두산이다. 최선을 다해 1군에서 살아남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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