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아빠’ 신제섭씨 29년만에 대학 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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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4일 07시 00분


“골프 꿈나무 육성 이바지 최종 목표”

늦깎이 대학생이 된 신제섭 씨(왼쪽)가 딸 신지애와 함께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늦깎이 대학생이 된 신제섭 씨(왼쪽)가 딸 신지애와 함께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여자골프의 지존 신지애(23·미래에셋)의 아버지 신제섭(50) 씨가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큰 딸 지애(연세대), 둘째 지원(서울대)과 함께 부녀 대학생이 됐다.

신 씨는 3월2일 전남대학교 수의학과 4학년에 복학한다. 1980년 입학해 3학년을 마치고 제적된 지 29년 만에 다시 대학생이 된다. 복학을 결심한 이유는 못다 이룬 학업을 마치기 위해서다. 딸 지애도 적극 찬성했다.

복학 준비를 위해 21일 광주로 내려간 신 씨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학업을 다 마치지 못했다. 늘 마음에 졸업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학교 측에서 연락을 받고 복학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만만치 않은 결심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만큼 분위기도 달라졌다. 당시 함께 대학생활을 했던 동창들은 벌써 교수가 됐다. “1년 후배는 부학장이 됐고 동기들 중에도 교수가 된 친구들이 있더라”며 웃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된다는 사실에 마음은 들떠 있다.

“어제 등록금을 냈다. 얼마 전엔 교수님을 찾아가 인사도 했다. 개강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30년 가까이 차이 나는 후배들과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같은 학년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지애와 같은 나이다. 자식뻘인 학생들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은근히 걱정된다. 밥도 사주면서 함께 잘 지내야 할 것 같다.”

가장 큰 걱정은 성적이다. 늦깎이 대학생이라고 해서 봐줄 분위기가 아니란다. “교수님께서 ‘예전에 학교 다닐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그 때는 학생들도 정치적 성향이 강해 집회도 많이 하고 놀기도 많이 놀았지만 지금 학생들은 다르다 공부가 우선이다. 뒤쳐지지 않고 졸업하기 위해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출석은 최소 3/4를 넘어야 하니 수업에 빠지지 말라’고 해 더 부담이 된다”고 했다.

나이 쉰을 넘어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신 씨는 도전이 아름답다. 젊은 시절 바랐던 수의사의 꿈은 이루지 못했던 그는 늘 새로운 인생에 도전했다. 첫 번째는 목회자로써의 삶이다. 제적 후 1986 년 신학대학교에 편입했다. 대학원까지 마친 신 씨는 2003년까지 목회 활동을 했다.

편안하다고 생각했던 순간 또 다른 역경이 찾아왔다. 아내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목회 활동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

목회 활동을 접은 뒤 골프대디로 또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골프를 가르쳤던 딸 지애를 세계적인 선수로 키우는 데 주력했다. 그 꿈은 4년 만에 이뤄졌다. 아마추어 시절 크게 이름을 날리지 못했던 딸이 2005년 KLPGA 투어 SK엔크린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해 프로가 됐다.

부녀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시 3년 만에 세계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스타가 돼 마침내 꿈을 이뤘다. 딸을 세계적인 선수로 키운 신 씨의 다음 목표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

“일단 대학을 마치고 나면 다시 대학원 입학을 준비할 계획이다. 대학원에서는 체육학이나 골프학을 전공해 그동안 지애를 가르치면서 쌓았던 지식을 이론으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골프를 배우려는 주니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열정을 불살랐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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