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 이적 합의서? 정성룡 거부에 휴지조각!

  • Array
  • 입력 2011년 2월 22일 07시 00분


이적시장 ‘비하인드 스토리’

정성용
‘A구단은 B선수와 ○년 계약을 맺기로 했습니다.’

구단이 선수를 영입했을 때 언론사에 보내는 보도자료의 기본적인 형식이다. 이 짤막한 문장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겨울 이적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정규 시즌이 끝나면 축구단 사무국과 선수 대리인은 바빠진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서는 때로 안면도 몰수한다. 구단과 구단, 구단과 선수 대리인 간 인신공격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이전투구 못지않다. 필요한 모든 인맥이 동원된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A선수를 잡기 위해 두 구단이 경쟁했는데, A의 결정에 고교 은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 때문에 모 고교 감독의 이름이 축구 판에 널리 회자되기도 했다.

K리그 선수등록 마감시한은 28일까지다. 외국인 선수는 3월20일까지로 아직 한 달 정도 여유가 있다. 그러나 개막(3월5일)이 코앞이다. 대부분 구단은 필요한 포지션 선수 영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여진은 남는다. 알려지지 않은 이적시장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성남-전북 옵션 조항 등 넣어 합의문 교환
FA 정성룡, 결국 본인 원했던 수원과 계약

○정성룡을 잡아라


올 겨울 이적시장 최대어는 성남에서 수원으로 이적한 골키퍼 정성룡이다.

정성룡이 팀을 옮기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성남은 진작 정성룡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유력한 행선지는 권순태의 군 입대로 골키퍼에 공백이 생긴 전북이었다. 루머가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성남과 전북은 1월6일 양 구단 단장의 서명이 들어간 합의문을 작성해 교환했다.

전북이 성남에 이적료 20억원을 지불하고 유망주 골키퍼 이범수를 보내는 조건이었다. 정성룡의 연봉은 7억원 이상으로 책정 됐다. 이 합의문에는 현대자동차가 스폰서를 하는 해외리그 구단이 정성룡 영입을 원할 경우 3시즌만 전북에서 뛰면 무조건 이를 허용하겠다는 옵션 조항도 들어있었다. 정성룡에게 결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전북과 성남은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간과했다. 정성룡은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다. FA 선수는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정성룡은 수도권 구단인 수원을 원했다. 수원 역시 이운재가 전남으로 떠나 역시 골키퍼 보강이 필요했다. 수원은 정성룡 대리인을 아시안 컵이 열리고 있는 카타르 도하로 보내 계약서에 서명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성남과 전북이 교환한 합의서는 휴지조각이 됐다.

남은 건 수원과 성남의 이적료 합의. 성남은 처음에 배짱을 튕겼다. 이적계수대로라면 이적료가 34억원을 상회한다는 말도 돌았다. 그러나 수원도 성남과 전북의 합의문 내용을 뻔히 알고 있었다. 시장가는 이미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결국 이적료 20억원에 수원이 골키퍼 하강진을 내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수원-에닝요, 전북-몰리나 영입 성사 임박
정성룡 놓친 전북 상처…서명 직전 브레이크

○몰리나-에닝요 연쇄 이적 무산


특급 외국인 선수 2명이 팀을 옮기는 초대형 이적 건이 성사 직전에 무산됐다. 수원이 전북에서 에닝요를 데려오고 전북은 몰리나를 영입할 뻔했다.

수원은 진작부터 에닝요를 원했었다. 작년 시즌 끝나고 접촉했다가 전북으로부터 거절당했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 전북도 생각이 바뀌었다.

에닝요의 계약기간은 1년 남았다. 1년 후 공짜로 내놓느니 몸값이 정점에 올랐을 때 팔고 다른 선수를 데려오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섰다. 에닝요은 전북에서 이미 두 시즌을 뛰었다. 너무 오랜 기간 한 팀에 있으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는 점도 고려가 됐다.

전북은 에닝요의 대체 선수로 몰리나를 점찍었다. 성남과 전북, 전북과 수원 간 이적 협상이 열렸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수원이 전북에 지급할 이적료가 150만 달러(16억원), 전북이 성남에 지급할 이적료 역시 비슷한 금액을 상회했다.

그러나 합의문 서명 직전 브레이크가 걸렸다. 정성룡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종적으로 정성룡 영입 경쟁에서 수원에 패한 전북은 에닝요마저 내 줄 수 없었다. 실리적인 측면도 있지만 구단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였다. 결국 몰리나는 서울로 갔다. 수원은 에닝요에 대한 미련을 끝까지 버리지 못했다. 1월 말까지도 전북의 태도 변화를 기다렸다. 그러나 몰리나가 서울로 가 버린 마당에 전북도 무턱대고 에닝요를 내보낼 수는 없었다.

김동진 러시아서 복귀 때 친정 아닌 울산행
“서울서 뛰고 싶다” 고백…따뜻하게 맞아줘

○김동진의 친정행


울산이 1월3일 괌 전지훈련을 떠났다. FA 신분 김동진과 오장은은 모두 국내에 남았다.

1월10일 김동진이 서울 고위 관계자를 찾아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고위 관계자는 김동진이 울산을 떠나려한다는 걸 눈치 채고는 “쓸데없는 생각 말고 빨리 괌으로 가서 훈련에 합류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김동진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그날 밤 고위 관계자에 전화를 걸어 “서울에서 뛰고 싶다”고 털어놨다. FA 신분이라 팀을 옮기는 데 문제는 없었다. 사실 김동진은 1년 전 러시아에서 국내로 복귀할 때 친정팀 서울 입단이 유력했다.

당시 서울과 연봉 등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오갔다. 서울도 당연히 김동진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마음을 바꿔 울산에 입단했다. 당시 김동진이 서울 고위 관계자의 전화를 받지 않아 둘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다.

서울은 김동진에게 영원한 친정팀이었다. 7년을 뛴 인연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았다. 서울은 따뜻하게 다시 김동진을 맞아줬다.

조원희 거부로 틀어진 오장은과 맞트레이드
울산 선수 원했지만 수원 거부에 이적료 결론

○오장은 대신 양상민 다오


울산 오장은은 원래 일본 등 해외리그 이적을 추진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자 수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장은은 국내 구단으로 이적하면 이적료가 발생한다. 울산은 오장은을 보내기로 결정을 내리고 이적료 대신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를 원했다.

수원이 오장은의 트레이드 카드로 조원희를 제시했고 울산도 이를 받아들였다. 양 팀은 오장은-조원희 맞트레이드를 논의하며 오장은과 수원, 조원희와 울산 간 쌍방 계약이 모두 완료돼야만 이번 협상이 성사된다고 합의문을 썼다. 그러나 조원희가 이를 거부했다. 그는 사실상 FA 신분이나 다름없어 해외 이적에는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조원희는 중국 슈퍼리그로 떠났다.

그러자 계약이 붕 떴다. 오장은은 이미 수원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칼자루는 울산이 쥐었다. 울산은 오장은을 다시 데려오거나 수원으로부터 오장은의 이적료를 받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수원과 합의를 통해 조원희를 대신할 다른 선수를 데려올 수도 있다.

울산은 왼쪽 풀백 양상민과 측면 공격수 이현진 중 1명을 원했다 수원이 난색을 표했다. 울산은 다시 하태균을 찍었다. 수원은 또 거부했다. 결국 이적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