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두문자 남발해도 징계 안 받던 우즈가… 필드 추태·징계 백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8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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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미국)가 '골프 황제'로 이름을 날릴 때는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말까지 있었다. 도를 넘는 거친 매너를 보여도 징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화가나 클럽을 땅에 패대기치거나 'F'로 시작하는 육두문자를 남발해도 강한 승부욕의 발로로 여겨 관대하게 받아들여졌다. 습관처럼 침도 자주 뱉었다.

그랬던 우즈가 성 추문과 오랜 슬럼프에 빠지면서 이젠 '아 옛날이여'를 떠올릴지 모른다. 우즈는 최근 유럽골프투어로부터 벌금 처분을 받았다. 13일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4라운드 12번 홀 그린에서 보기 퍼트를 앞두고 침을 뱉은 게 화근이었다. 이 장면이 TV로 생중계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180만 파운드(약 32억 원)의 초청료를 받은 우즈의 벌금 액수는 최소 250파운드(약 45만 원)에서 최대 1만 파운드(약 1800만 원)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따가운 시선을 받은 우즈도 그와 비교하면 양반으로 불릴 만하다. '영원한 악동' 존 댈리(미국) 얘기다. 음주와 골초, 도박으로 유명한 댈리는 온갖 기행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로부터 6차례 조사를 받았으며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1차례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11차례 징계에 벌금만도 10만 달러가 넘었다. 2008년 12월에는 6개월 출전 정지로 야인 생활까지 했다.

지난해 짐 퓨릭(미국)은 PGA투어 플레이오프 더 바클레이스 프로암대회에 휴대전화 방전으로 제때 일어나지 못해 5분 남짓 지각하는 바람에 아예 본 대회에 출전조차 못했다. 프로암대회에 불참하면 전체 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하는 규정 탓이었다. 지난해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도 마리야 요르스, 헬렌 알프레드손(이상 스웨덴), 펑샨샨(중국)이 같은 이유로 실격 당했다. 이 규정은 가혹하다는 비판 끝에 지난 연말 완화됐다.

지난해 유럽 2부 투어 대회에 출전한 엘리어트 솔트먼(스코틀랜드)은 그린에서 마크할 때 공의 위치를 바꾸는 속칭 '동전치기'를 하다 동료들에게 발각돼 3개월 출전 정지를 받았다. 더스틴 존슨(미국)은 18일 PGA투어 노던 트러스트오픈 1라운드 티오프 시간을 캐디가 착각해 6초 차이로 겨우 실격을 피했지만 지각으로 이 홀에서 2벌타를 받았다.

매너를 강조하는 골프를 직업으로 삼았어도 어디나 미꾸라지는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따르면 프로 테스트 참가자가 부정행위를 하고도 오히려 경기위원에게 대들어 84개월 출전정지의 중징계 처분이 내려진 사례가 있다. 한 유명 프로는 2008년 시즌 개막전에서 드롭을 하다 경기위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화까지 내 2년 출전 정지에 벌금 2000만 원의 징계를 받았다.

모 프로의 아버지는 과격한 언행으로 60개월간 대회장 출입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KLPGA 입회 후 2년 동안은 해외 진출이 금지되지만 이 규정을 어기고 미국이나 일본으로 건너간 3명의 프로는 24개월 출전정지와 1000만 원의 벌금이 내려졌다.

지난해 한국남자프로(KGT) 파인비치오픈에서는 스코어를 고의로 잘못 적은 두 명의 프로가 무기한 자격정지를 받았다. 어떤 프로는 동반자 캐디와 다툼을 벌여 벌금 300만원을 물었고 해당 캐디는 1년 출전 정지로 필드를 떠났다. 한 KGT 대회 시상식에서는 참석 확인란에 욕설로 사인을 한 두 프로가 100만원과 50만원의 벌금을 낸 황당한 사례도 있었다.

김종석 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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