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의 현장출동] 체력 방전 여민지, 아직은…

  • Array
  • 입력 2011년 2월 16일 07시 00분


■ 여자대표팀 승선 여민지 첫 훈련 살펴보니…

언니들과 미니게임서 몸싸움·스피드 밀려
잦은 인터뷰일정에 체력저하“이젠 축구만”
최인철감독 “자신감회복이 우선”특별관리

축구대표팀에 발탁된 여민지가 15일 열린 훈련에 참가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축구대표팀에 발탁된 여민지가 15일 열린 훈련에 참가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15일 오전 제주 서귀포 공천포 운동장. 사이프러스 컵 출전을 앞둔 여자대표팀 소집 첫 훈련이 시작됐다. 최고 관심사는 단연 여민지(18)의 합류였다. 여민지는 작년 1월 이상엽 감독이 이끌던 여자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한 적이 있다. 유망주 육성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대표팀 최인철 감독은 여민지를 즉시 전력 감으로 보고 있다.

● 자신감을 키워라

또래에는 적수가 없는 여민지의 기량이 선배들에게도 통할까. 최인철 감독은 “여민지가 기술적으로는 이미 완성돼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그러나 언니들 사이에 서니 아무래도 힘에 부쳐 보였다.

5명씩 4개조로 나눠 진행된 미니게임에서 김나래 등과 노란 조끼를 입은 팀에 속했는데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체력과 스피드, 몸싸움에서 밀렸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여민지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계속 위축이 된다. 오늘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표정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물론 정상 컨디션이 아님을 감안해야 한다.

그동안 방송 프로그램 등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꾸준히 개인훈련을 했지만 체계적이지 못했다. 여민지는 “이제 그만 좀 불러줬으면 좋겠다. 축구에만 전념하고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표팀 전훈은 큰 약이 될 전망이다.

최 감독은 여민지에게 전술에 대한 기본 개념과 대표선수로서 가져야 할 자세 등을 일러줄 생각이다. 자신감을 심어주는데도 초점을 두고 있다.

언론에 양해를 구하고 여민지 인터뷰는 가급적 자제시킬 정도다.

최 감독은 “지금 민지가 정상 컨디션의 50%도 안 된다. 이곳에서 훈련하면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워낙 기량이 좋고 영리한 선수니 금방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 막내역할 충실

여민지는 작년 U-17 월드컵에서 최우수선수에 뽑힌 세계적인 스타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어디까지나 막내다. 훈련 전 장비를 챙기고 훈련 후 뒷정리를 하는 것이 그의 몫이다. 여민지는 대표팀 합류 전부터 “막내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했고 몸소 실천했다.

막내 급 선수들과 함께 폴대 등 장비를 옮기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여민지가 이번 소집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여자대표팀 14일 오후 8시 서귀포 칼 호텔에 소집했다. 각자 알아서 호텔까지 와야 했는데 여민지는 오후 11시가 넘어 도착했다.

막내가 지각을 했다. 알고 보니 남부 지방에 내린 폭설 때문에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못 타 부랴부랴 KTX로 바꿔 타고 창원에서 김포공항까지 오느라 그런 것이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어지간하면 다음 날 오라고 했는데도 기어코 당일에 도착하는 걸 보니 기특하다”고 웃음을 지었다.서귀포|글·사진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