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엽아, 홈런 치라고 줬는데 플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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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6일 07시 00분


박찬호, 팀 평가전 첫 맞대결후 농담…4번타자 이승엽 안타 신고 부활시동

오릭스 이승엽이 실전경기에서 첫 안타를 신고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7일 매서운 눈초리로 특별 타격훈련을 하고 있는 이승엽.
오릭스 이승엽이 실전경기에서 첫 안타를 신고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7일 매서운 눈초리로 특별 타격훈련을 하고 있는 이승엽.
이승엽과 박찬호의 꿈의 투타 대결이 오키나와의 외딴 섬에서 실현됐다. 마치 미야모토 무사시와 사사키 고지로의 진검승부가 간류도에서 성사됐듯. 차이가 있다면 어느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사생결단이 아니라 둘 다 웃은 해피게임이었다는 사실이다.

15일 일본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에서 열린 오릭스의 자체 평가전에서 4번타자 이승엽은 선발투수 박찬호와 1회 맞대결을 벌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바깥쪽 직구로 좌익수 플라이를 유도한 박찬호의 승리였다. 그러나 이승엽의 입에서 “홈런이 됐어야 하는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큼직한 타구였다.

박찬호는 앞선 두 차례 평가전에서 1사구 1볼넷만 얻었을 뿐 안타를 치지 못한 후배 이승엽을 배려했다는 듯 “홈런 때리라고 한가운데 던진 공인데 플라이를 치면 어떻게 하느냐?”고 농담 섞인 생색을 냈다. 그러나 이승엽은 “공은 바깥쪽으로 몰렸고, 생각대로 잘 밀어쳤다”고 타격의 내용 자체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이승엽이 웃을 수 있었던 것은 4회 두 번째 타석의 우전안타다. 박찬호가 2이닝만 던지고 내려가 재대결은 아니었지만 유인구를 거듭 골라내 볼 카운트 0-3까지 만들었다. 이어 4구째 스트라이크 잡으러 들어오는 직구를 제대로 잡아당겨 1·2루 간을 가르는 우전안타로 연결시킨 점을 스스로 대견하게 여긴 것이다. 기분 좋은 안타를 치고 이승엽은 교체됐다.

이승엽은 벌써부터 실전감각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실전에 꾸준히 선발출장하고 있고, 오키나와 본 섬으로 들어가서도 삼성 등 국내 구단과의 연습경기에 나설 계획이다. 오릭스 미야우치 구단주는 “작년에 4번타자 T 오카다가 때린 33개(퍼시픽리그 홈런 1위)보다 더 많이 쳐 달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릭스는 이승엽 외에 아롬 발디리스, 마이클 헤스먼, 프란시스코 카라바요 등 힘 좋은 용병타자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오릭스는 이들과 이승엽을 같은 줄에 세우지 않는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이미 이승엽의 개막 출장을 확약한 상태다.

144전경기 출장, 30홈런-100타점을 목표로 설정한 이승엽은 “지난해 10월 이후 실전이다 보니 투수들의 공을 눈에 익히는 게 먼저다. 정(情)이 있는 오릭스에서 성공기를 쓰고자 올해는 100% 긍정적인 생각만 하겠다”고 말했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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