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자가검사 키트는 일상 건강관리 문화 출발점[기고/유미화]

  • 동아일보

유미화 GCN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유미화 GCN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최근 독감 자가검사용 체외진단 의료기기의 국내 사용이 허용되면서 한국도 본격적인 ‘독감 자가진단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의료 이용자가 내원 전 스스로 독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는 새로운 의료기기 도입을 넘어 국민이 자신의 건강을 좀 더 능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독감이 의심되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와 검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맞벌이 가정이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의료 취약지 주민들에게 병원 방문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독감 자가검사 키트는 국민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보다 신속하게 확인하고 필요한 도움을 적절한 시기에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며 국민은 자가검사가 건강관리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험했다. 스스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은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런 선택권이 곧 의료 소비자의 건강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제도의 효과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자가검사 결과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알 권리이다. 자가검사 키트는 의료기관의 전문적인 진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는 선별검사 도구다. 따라서 소비자가 제품의 정확도와 한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자가검사 결과는 참고 자료라는 점을 정확히 인식시키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구체적인 안내가 있어야 한다. 자가검사 키트의 장점은 살리되 혼란과 오용 가능성은 최소화해야 한다.

독감 자가검사가 일상 속 건강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결과를 바탕으로 신속히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도 필요하다. 특히 노인 등 고위험군이나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신속한 진료와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내가 뒤따라야 한다. 검사만 하고 적절한 의료적 도움을 받지 못하면 자가검사 도입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독감 자가검사 도입은 단순한 진단기기 허용 정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민이 스스로 건강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소비자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고, 필요할 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감염병 유행 시기에 국민의 검사 접근성을 높이고 조기 대응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독감 자가검사 키트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넘어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고 우리 사회의 건강 안전망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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